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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존심의 마지노선입니다. 그 이하는 용납할 수 없어요."
예상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이용규가 살아났다. 더불어 KIA의 득점력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용규가 살아나면, KIA는 포효한다
KIA가 이날 경기에서 시즌 최다득점을 올린 원동력은 중심타선에서 김원섭(4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과 최희섭(5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등 중심타자들이 화끈한 장타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장타력이 대량 득점으로 이어지게 된 데에는 톱타자 이용규가 활발하게 살아나간 영향이 크다. 역시 KIA의 공격은 이용규부터 살아나가야 활발해진다는 진리가 증명된 결과다.
이런 진리는 후반기에 더 확실하게 증명되고 있다. 후반기에 이용규가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활발하게 살아나간 경기에서 KIA는 활발한 득점력을 보이며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용규는 후반기들어 치른 8경기 중 무려 4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런데 KIA는 이중 3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 불펜의 갑작스러운 난조로 경기 막판 역전패를 당한 7월 31일 부산 롯데전에서도 이용규는 4타수2안타를 쳤는데, 사실상 이때도 KIA가 이기는 흐름이었다.
자존심의 최후보루, 2할8푼이 보인다
이용규는 전반기에 부진했다. 왼손 약지가 다쳤지만, 내색하지 않고 뛴 여파다. 이용규는 변명을 할 줄 모른다. 그냥 손이 조금 불편했고, 이를 극복해내리라 믿었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전반기에 이용규는 73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에 25타점 25도루 56득점을 기록했다. 70경기 이상 소화한 시점에 타율이 2할7푼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5년 이후 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자존심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용규는 후반기를 맞이하며 숫돌에 칼을 가는 심정으로 다시 각오를 날카롭게 세웠다. 마침 손가락도 점차 회복된 시점이다.
7월 26일 광주 넥센전에서 시즌 두 번째로 한 경기 4안타를 치면서 감각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용규는 이때 비로소 "타율 2할8푼은 내 자존심"이라는 말을 했다. 그 이하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말을 한 뒤 이용규는 정말로 조금씩 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후반기에 치른 8경기에서 타율 3할7푼5리(32타수 12안타)로 맹타를 휘두른 이용규는 1일까지 시즌 타율을 2할7푼6리로 끌어올렸다.
이용규가 '자존심의 최후저지선'에 도달하기까지는 이제 겨우 4리가 남았다. 현재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이용규는 조만간 그 고지에 도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리고 그 고지에 도달한 순간, 이용규는 또 말없이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 그는 그런 남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