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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 1번 타자로 재탄생하다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01 11:21 | 최종수정 2012-08-01 17:47


7,8위를 달리고 있는 LG와 한화가 31일 잠실 야구장에서 만났다. 1대1로 팽팽하게 맞서던 5회말 타석에서 LG 오지환이 좌중월 솔로 홈런을 치고 김인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7.31/

LG 오지환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데뷔 이래 타격에서 정교함이 부족해 줄곧 하위 타선에 배치되었던 오지환이 올 시즌 후반기부터 1번 타자로 기용되면서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오지환의 가장 큰 약점은 타격 자세에 있었습니다. 타격 시 스윙이 돌아 나오면서 늦어져 몸쪽과 직구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올 시즌 중반까지 오지환이 터뜨린 홈런의 대부분은 좌측 혹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타구였습니다. 한복판이나 바깥쪽 공을 밀어쳐 얻은 홈런이었던 것입니다. 밀어치는 타격으로도 홈런을 터뜨리는 오지환의 힘과 잠재력이 놀라웠지만 일반적으로 홈런 타자들이 잡아당기는 타격의 결과물로서 홈런을 양산하는 것에 비하면 아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선호하는 로케이션은 높은 공이지만 오지환은 높은 공에 약하고 낮은 공에 강했던 것도 이채로웠습니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오지환의 스윙이 간결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는 기술적인 타격을 터득해 스윙 궤적을 줄인 것입니다. 바뀐 스윙으로 몸쪽 공을 잡아당겨 안타로 만들어내기 시작한 오지환은 어제 한화전에서는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김혁민의 139km/h의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큼지막한 솔로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오지환의 홈런은 1:1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만일 7회초 불펜의 블론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결승타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시즌 중 타격 자세 수정은 모험이 아닐 수 없는데 오지환은 LG 타자들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타격 자세 수정 사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지환의 시즌 타율은 0.241로 규정 타석을 채운 42명의 타자들 중에서 38위에 해당할 정도로 저조하지만 후반기 개막 이후 1번 타자로 출전하며 29타수 8안타 0.276의 타율로 시즌 타율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오지환은 81개의 삼진으로 8개 구단 타자 중에서 가장 많은 삼진을 당하고 있으며 볼넷과 삼진의 비율이 35:81로 매우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1번 타자로 출전한 최근 7경기에서 삼진을 5개를 당했을 뿐이며 볼넷과 삼진의 비율도 4:5로 개선되었습니다. 1번 타자라 상대 투수의 공을 오래 지켜보며 고르겠다는 자세가 오지환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대형의 극도의 부진으로 1번 타자감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후반기 개막과 함께 오지환을 1번 타자로 배치시킨 김기태 감독의 노림수가 적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지환의 수비는 극단적으로 불안했던 5월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강한 어깨를 활용해 외야와 홈을 연결하는 커트맨으로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김재박과 유지현이 말해주듯 LG는 MBC 청룡 시절부터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유격수를 보유한 팀이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유격수 기근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번 타자로 자리 잡고 있는 오지환이 김재박과 유지현의 후계자로서 공수주 삼박자에서 대활약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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