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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KIA 필승조 박지훈, 신인왕 꿈 멀어지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8-01 09:12 | 최종수정 2012-08-01 09:12


넥센과 KIA의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2,3루 KIA 박지훈이 넥센 장기영을 삼진처리한 후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7.08/

정녕 이대로 스러지는 것일까.

KIA 박지훈의 생애 첫 신인왕을 향한 도전이 거센 파도를 만났다. '무더위'와 '체력난조'라는 쌍방향 파도다. 휘청거리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박지훈에게는 벅찬 파도들인 것만 같다. 자연스럽게 올 시즌 신인왕을 꿈꾸던 박지훈도 한풀 기세가 꺾였다.

박지훈이 시즌 3패째를 당했다. 지난 7월 31일 부산 롯데전에서 3-2로 앞서던 8회말 무사 1루 때 선발 헨리 소사를 구원해 마운드에 오른 박지훈은 첫 상대인 롯데 3번 손아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혀 제구가 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KIA 선동열 감독은 곧바로 박지훈을 내리고 언더핸드 스로 유동훈을 마운드에 올리는 처방을 내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유동훈은 무사 1, 2루에서 강민호를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만루 위기를 만들었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좌완 양현종이 폭투와 내야실책, 안타 등으로 3점을 내주며 승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 결과 박지훈은 비자책 1실점을 기록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애초에 불펜의 첫 주자인 박지훈이 내보낸 주자 손아섭이 결승득점을 올린 탓이다. 박지훈의 시즌 세번째 패배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시즌 전반기에 팀의 가장 강력한 필승카드였던 박지훈의 현재 모습이다. 신인답지 않게 두둑한 배짱은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쩍 제구가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전처럼 확실하게 승리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평균자책점이 상승하면서 신인왕 레이스에서 조금씩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5월까지만 해도 박지훈은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다. 4, 5월에 총 18경기에 등판한 박지훈은 2승1패6홀드에 평균자책점 1.93(28이닝 6자책점)을 기록하며 선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현 시점에서 신인왕 '0순위'로 손꼽히는 넥센 서건창도 5월까지는 타율이 2할6푼6리(124타수 33안타)밖에 되지 않아 박지훈에 뒤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기온이 점차 오르고 경기수가 많아지자 박지훈의 체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박지훈은 6월 한 달간 9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3.95에 1패 2홀드1세이브를 기록했다. 앞선 두 달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다. 그런데 7월이 되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7월에도 역시 9경기에 등판한 박지훈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9.00이나 된다. 기록은 6월과 마찬가지로 1패 2홀드1세이브지만, 엄청나게 얻어맞았다는 것이 평균자책점에서 드러난다. 결국 6~7월 두 달간, 박지훈이 남긴 기록은 평균자책점 5.49(19⅔이닝 12자책점)에 2패 4홀드2세이브였다.

기록으로 살펴봐도 4~5월에 비해 6~7월이 현저하게 나빠진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원인은 뚜렷하다. 신인으로서 팀의 필승불펜 역할을 소화하다보니 심리적, 체력적으로 지친 탓이다. 이는 박지훈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선동열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똑같이 18경기를 소화한 4~5월에 비해 6~7월의 이닝수가 8⅓이나 적은 것도 박지훈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한 선 감독의 배려 때문이다. 앞선 두 달간은 2이닝 이상씩 던지는 경기도 종종 있었으나 6월초 박지훈의 구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로는 웬만해서는 1이닝을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박지훈의 구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박지훈 본인도 "시즌 중반이후가 되자 힘이 든다는 느낌이 커지고 있다"며 답답해한다. KIA의 입장에서도 가장 강력했던 필승카드가 흔들리니 불안감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박지훈은 "시즌 전반기를 통해 배운 게 많다. 후반기 때도 더 씩씩하게 던질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과연 박지훈이 팀의 필승조이자 신인왕 유력후보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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