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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이대로 스러지는 것일까.
이 결과 박지훈은 비자책 1실점을 기록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애초에 불펜의 첫 주자인 박지훈이 내보낸 주자 손아섭이 결승득점을 올린 탓이다. 박지훈의 시즌 세번째 패배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시즌 전반기에 팀의 가장 강력한 필승카드였던 박지훈의 현재 모습이다. 신인답지 않게 두둑한 배짱은 여전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쩍 제구가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전처럼 확실하게 승리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평균자책점이 상승하면서 신인왕 레이스에서 조금씩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온이 점차 오르고 경기수가 많아지자 박지훈의 체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박지훈은 6월 한 달간 9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3.95에 1패 2홀드1세이브를 기록했다. 앞선 두 달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다. 그런데 7월이 되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7월에도 역시 9경기에 등판한 박지훈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9.00이나 된다. 기록은 6월과 마찬가지로 1패 2홀드1세이브지만, 엄청나게 얻어맞았다는 것이 평균자책점에서 드러난다. 결국 6~7월 두 달간, 박지훈이 남긴 기록은 평균자책점 5.49(19⅔이닝 12자책점)에 2패 4홀드2세이브였다.
기록으로 살펴봐도 4~5월에 비해 6~7월이 현저하게 나빠진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원인은 뚜렷하다. 신인으로서 팀의 필승불펜 역할을 소화하다보니 심리적, 체력적으로 지친 탓이다. 이는 박지훈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선동열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똑같이 18경기를 소화한 4~5월에 비해 6~7월의 이닝수가 8⅓이나 적은 것도 박지훈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한 선 감독의 배려 때문이다. 앞선 두 달간은 2이닝 이상씩 던지는 경기도 종종 있었으나 6월초 박지훈의 구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로는 웬만해서는 1이닝을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박지훈의 구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박지훈 본인도 "시즌 중반이후가 되자 힘이 든다는 느낌이 커지고 있다"며 답답해한다. KIA의 입장에서도 가장 강력했던 필승카드가 흔들리니 불안감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박지훈은 "시즌 전반기를 통해 배운 게 많다. 후반기 때도 더 씩씩하게 던질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과연 박지훈이 팀의 필승조이자 신인왕 유력후보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