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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갑용, 삭발한 대신 수염 기르다 실패한 사연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6-19 21:50


딱 치고 나면 타자는 안타가 된다는 걸 직감한다. 진갑용도 그런 표정이다. 진갑용이 19일 대구 KIA전 4회에 선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sun.com

삼성 진갑용을 유심히 살펴본 야구팬들은 최근 뭔가 바뀌었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진갑용은 3주 가까이 기르던 수염을 깔끔하게 밀었다.

본래 수염을 기른 이유가 있다. 한달쯤 전 삼성이 목동에서 넥센에게 3연패를 한 뒤 하루 쉬는 월요일이었다. 당시 삼성은 뭔가 침체된 분위기 속에 팀성적도 지지부진했다. 주장으로서 진갑용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머리를 삭발했다. 진짜 삭발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짧게 잘랐다.

주장이 이처럼 머리를 깎으니 그후 후배 선수들 몇명도 바통을 이어받았고, 삼성 야수진은 '소림사 라인업'으로 불리게 됐다. 그후 팀성적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우리 사회에서 스포츠 선수가 삭발을 한다는 건 결의를 나타내는 것이고, 또한 실제 효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이처럼 종종 있다.

머리를 깎고 나니 뭔가 허전했다고 한다. 그후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3주 가까이 면도를 하지 않았다. 최근까지 진갑용은 짧은 머리와 텁수룩한 수염이 매우 대조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염을 깎은 이유는 단순했다. 진갑용은 웃으면서 "머리를 자르고 허전해서 수염을 길렀는데, 턱수염은 문제가 없었는데 콧수염이 길어지면서 입쪽으로 자꾸 내려왔다. 밥 먹는데 자꾸 반찬이 묻고 해서 수염을 깎게 됐다"고 말했다. 아마도 본래 계획은 머리가 자랄 때까지 멋진 수염을 길러보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삭발에 대한 반응은 두가지였다고 한다. 진갑용은 "팀의 후배 선수들이야 무서워서 나한테 말도 못했다. 우리집 아이들은 재미있다면서 내 머리를 만지면서 놀았다"고 말했다.

수염을 깎은 진갑용이 또한번 좋은 활약을 펼쳤다. 진갑용은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게임서 3타수 3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4회에 선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5회에도 4-0에서 6-0으로 달아나는 쐐기 2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진갑용의 활약 덕분에 삼성은 7대1의 넉넉한 승리를 낚았다. 적절한 타선 지원 덕분에 삼성 선발 탈보트도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7승째를 따낼 수 있었다.

진갑용은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3할4푼2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중이다. 체력관리 때문에 타석을 채우기가 쉽지 않지만, 규정타석에 도달할 경우 대략 타격 5위권에 들 수 있는 좋은 성적이다.


우리나이로 서른아홉살 타자의 삭발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가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도 대단하다. 삼성이 지난 겨울 진갑용에게 예상보다 좋은 조건으로 2년짜리 계약을 해준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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