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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시진, "나도 우리팀 어디로 튈 지 모르겠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5-23 19:49


올시즌 최고 라이벌로 떠오른 LG와 넥센의 2012 프로야구 경기가 23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넥센 김시진 감독이 1회 박병택의 2루타로 정수성이 득점을 올리자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있다.
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5.23/

"나도 우리 팀이 어디로 튈 지 모르겠네요."

넥센의 '5월발 광기'가 뜨겁게 프로야구판에 몰아치고 있다. 창단 5년만에 팀 최다연승(22일 현재 7연승)으로 올 시즌 가장 먼저 20승 고지에 선착한 넥센의 뜨거운 돌풍은 여러 전문가들에게도 연구 대상이다. 넥센 돌풍을 표현하기 위해 고유의 자주색 유니폼에서 착안한 '크림슨 타이드'라는 멋들어진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넥센은 여전히 '가능성은 있지만, 강하지는 않은 팀'이었는데 5월 들어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버렸다. 전문가들조차 명확히 정의내리기 힘든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팀을 이끄는 김시진 감독조차도 뚜렷한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2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우리 팀의 상승세 원인에 대해 나도 정말 많은 질문을 들었다. 하지만 딱 꼬집어 '이렇다 저렇다' 하고 얘기하기가 힘들더라. 그냥 이렇게 설명하면 될 것 같다"고 하면서 자신이 바라보는 넥센의 돌풍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김 감독이 준비한 대답은 바로

"나도 우리 팀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였다.

얼핏 들으면 대충 얼버무린 대답같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김 감독의 이 대답이야말로 지금의 넥센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야기다. 김 감독은 "요즘 우리팀은 초반에 점수를 내주더라도 어느 새 뚝딱뚝딱 따라붙어서 뒤집어버린다. 그건 벤치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알아서 한 부분"이라면서 "지금보다 (연승을) 더 할 수도 있고, 또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도 우리팀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의 현재 모습이 김 감독에게는 마치 럭비공을 연상케 하는 듯 했다.

그런데 김 감독의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말에는 언제 발생하게 될 지 모르는 '침체기'에 대한 준비의 뜻도 함께 담겨 있다. 지금의 좋은 모습을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한 시나리오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은 "지금처럼 좋을 때 (좋지 않은) 앞날을 대비해야 한다"면서 "지금 한 두번 더 이기자고 전력을 끌어쓰다가 나중에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게될 지 모른다. 결국 좋을 때 아껴둬야 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외야수 장기영을 2군에 내린 것도 결국은 '좋을 때 아낀다'라는 김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조치였다.

"장기영은 슬라이딩을 하다가 반복적으로 베이스에 배를 부딪히는 바람에 오른쪽 복사근에 타박상을 입었다. 쓰려고만 한다면 대주자나 대수비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제도 경기 도중 코치들이 장기영을 대주자로 쓰자고 했지만, 내가 막았다. 그러다 다치면 나중에 팀이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명확한 의지를 알 수 있는 말이다. 최고의 상승세 속에서도 미래의 어려움을 대비하려는 김 감독의 신중함이야말로 어쩌면 넥센 돌풍의 원동력이 아닐까.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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