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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리 팀이 어디로 튈 지 모르겠네요."
김 감독은 2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우리 팀의 상승세 원인에 대해 나도 정말 많은 질문을 들었다. 하지만 딱 꼬집어 '이렇다 저렇다' 하고 얘기하기가 힘들더라. 그냥 이렇게 설명하면 될 것 같다"고 하면서 자신이 바라보는 넥센의 돌풍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김 감독이 준비한 대답은 바로
"나도 우리 팀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였다.
얼핏 들으면 대충 얼버무린 대답같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김 감독의 이 대답이야말로 지금의 넥센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이야기다. 김 감독은 "요즘 우리팀은 초반에 점수를 내주더라도 어느 새 뚝딱뚝딱 따라붙어서 뒤집어버린다. 그건 벤치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알아서 한 부분"이라면서 "지금보다 (연승을) 더 할 수도 있고, 또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도 우리팀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의 현재 모습이 김 감독에게는 마치 럭비공을 연상케 하는 듯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외야수 장기영을 2군에 내린 것도 결국은 '좋을 때 아낀다'라는 김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조치였다.
"장기영은 슬라이딩을 하다가 반복적으로 베이스에 배를 부딪히는 바람에 오른쪽 복사근에 타박상을 입었다. 쓰려고만 한다면 대주자나 대수비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제도 경기 도중 코치들이 장기영을 대주자로 쓰자고 했지만, 내가 막았다. 그러다 다치면 나중에 팀이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명확한 의지를 알 수 있는 말이다. 최고의 상승세 속에서도 미래의 어려움을 대비하려는 김 감독의 신중함이야말로 어쩌면 넥센 돌풍의 원동력이 아닐까.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