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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방마님이자 주장인 진갑용(38)은 넥센전 3연패를 당하고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3연전 모두 내줄 상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진갑용은 22일 오전 롯데전을 앞두고 결심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뭐라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날씨도 덥고 해서 머리를 짧게 잘라 보자고 생각했다." 삼성 선수단에서 최고 연장자이자 40세를 바라보는 진갑용이 거의 삭발 수준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대구구장에 나타났다. 경기장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내, 3연패로 골머리가 아팠던 류중일 감독,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진갑용의 군인 머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는 2년 만에 머리를 짧게 잘랐다. 덩치가 큰 진갑용은 그냥 만나도 첫인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편이다. 그런데 군인 머리까지 했기 때문에 인상이 더욱 강했다.
나이가 어린 한 삼성 선수는 "팀 분위기 안 좋다. 그런데 진갑용 선배님이 머리를 확 밀고 나타났다"면서 "더워서 잘랐다고 하지만 후배들이 그 머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지는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은 22일 대구 롯데전에서 5대1로 승리, 3연패에서 탈출했다. 신명철(34) 박한이(33) 이승엽(36) 강봉규(34) 진갑용(38)이 1타점씩을 올렸다. 5명이 모두 30세를 훌쩍 넘긴 베테랑 고참급 선수들이다. 신명철은 동점(1-1) 솔로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나머지 4명은 8회말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고참은 팀이 어려울 때 가만 있으면 안 된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먼저 보여주어야 후배들이 그걸 보고 영향을 받는다. 요즘 삼성 타자 중 타격감이 좋은 선수 1, 2, 3등을 꼽자면 이승엽(타율 3할6푼8리, 26타점) 진갑용(3할5푼6리, 20타점) 박한이(3할3푼3리, 8타점) 순이다.
잘 풀리는 팀은 이럴 때 나이 어린 후배들이 덩달아 살아나야 한다. 타격이란게 항상 잘 맞을 수 없다. 흐름을 타기 때문이다. 고참들이 잘 해 이기는 경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후배들이 맹타를 휘둘러 이기는 경기도 있어야 팀이 상승세를 타고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게 자연스런 슬럼프 탈출의 흐름이다. 이제 삼성의 어린 선수들이 답할 차례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