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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은 말한다. "그만큼 해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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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승엽은 첫 타석부터 날카로운 타격감을 보였다. KIA 에이스 윤석민을 맞이해 0-1로 뒤지던 1회말 2사 후 우전안타를 뽑아내며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1-1로 맞선 2회말 2사 1, 2루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선구안의 점검도 마쳤다. 5-3으로 앞선 4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는 1사 2루에서 KIA 두 번째 투수인 좌완 양현종의 5구째를 잡아당겨 우전 적시 2루타로 타점도 하나 올렸다.
4구째는 제구가 전혀 안됐다. 141㎞짜리 직구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보다 공 한개 만큼 높이 떴다. 밀어친다면 장타가 되기 십상인 공. 예전의 이승엽이었다면 수월하게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을텐데, 최근의 이승엽이라면 글쎄. 이전까지 이승엽이 기록한 5개의 홈런 가운데 밀어친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를 모토로 삼고, 이를 실천해온 이승엽은 다시 예전의 '아시아 홈런왕'다운 모습을 재현해냈다. 가볍게 밀어친 타구는 높이 치솟아 쭉쭉 뻗어나갔다. 그리고는 곧 좌측 폴을 '텅!'하고 맞혔다. 20일 만에 터진 시즌 6번째 홈런이자 이승엽이 처음으로 밀어친 홈런이었다. 이를 본 류 감독도 "그간 계속 당겨친 홈런이었는데, 밀어쳐 홈런이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 본모습을 찾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승엽은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1루를 밟아 이날 전타석 출루를 완성했다. 최종 기록은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3득점. 삼성의 8대4 승리의 원동력이 된 활약이었다. 이날 승리를 이끈 이승엽은 "어제 경기에 못 쳐서 졌는데, 오늘 윤석민이라는 최고의 투수를 맞아 팀이 이겨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근 계속 타격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나마 안타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홈런도 밀렸지만 운좋게 넘어갔다. 하체 이용을 더 해야할 것 같다"고 또 다른 노력을 예고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