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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남몰래 흘린 땀', 20일 만에 홈런으로 맺혔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5-17 21:51


17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삼성 이승엽이 좌월 솔로홈런을 친 후 1루를 돌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5.17.

삼성 류중일 감독은 말한다. "그만큼 해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는 돌아온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에 대한 평가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이승엽이 남몰래 흘린 땀의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최근 대구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팀 동료들보다 넉넉히 2시간은 일찍 야구장에 나와 홀로 훈련을 한다. 그라운드를 뛰고, 김한수 타격코치에게 자세를 봐달라며 특별 훈련을 자청해왔다.

그렇다고 최근 이승엽이 부진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 8일 부산 롯데전부터 지난 16일 대구 KIA전까지 8경기째 연속 안타를 이어오면서 타율 3할6푼으로 리그 2위이자 팀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남에게는 관대해도,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한 사나이다.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던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마치 신인처럼 훈련에 몰두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지난 4월27일 인천 SK전 이후 맥이 끊긴 홈런에 대한 갈망도 담겨있다. '아시아 홈런왕'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지닌 이승엽은 최근 호쾌한 홈런포를 품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17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삼성 이승엽이 좌월 솔로홈런을 친 후 김재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5.17.
결국 그런 남모를 노력이 다시금 홈런포를 가동시킨 원동력이었다. 이승엽은 17일 대구 KIA전에서 3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시즌 6호 홈런을 날렸다. 20일 만에 터진 모처럼 '이승엽다운' 홈런이었다.

이날 이승엽은 첫 타석부터 날카로운 타격감을 보였다. KIA 에이스 윤석민을 맞이해 0-1로 뒤지던 1회말 2사 후 우전안타를 뽑아내며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1-1로 맞선 2회말 2사 1, 2루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선구안의 점검도 마쳤다. 5-3으로 앞선 4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는 1사 2루에서 KIA 두 번째 투수인 좌완 양현종의 5구째를 잡아당겨 우전 적시 2루타로 타점도 하나 올렸다.

앞선 세 타석에서 홈런을 위한 모든 준비는 갖춰졌다. 이승엽은 스코어가 7-3으로 벌어진 6회말 선두타자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이승엽의 응원가가 웅장하게 울려퍼지며 관중의 기대감도 커졌다. 마운드에는 KIA 세 번째 투수인 우완 김희걸이 서 있는 상황. 초구와 2구는 모두 볼이었다. 이승엽을 피해가려는 느낌이 역력했다. 볼카운트 2B는 타자가 노려치기 좋은 타이밍이다. 이승엽은 3구째에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하지만 파울. 약간 빗맞았다. 잠시 타석을 벗어나 가볍게 방망이를 휘두른 이승엽은 다시 타석에서 김희걸을 노려봤다.

4구째는 제구가 전혀 안됐다. 141㎞짜리 직구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보다 공 한개 만큼 높이 떴다. 밀어친다면 장타가 되기 십상인 공. 예전의 이승엽이었다면 수월하게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을텐데, 최근의 이승엽이라면 글쎄. 이전까지 이승엽이 기록한 5개의 홈런 가운데 밀어친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를 모토로 삼고, 이를 실천해온 이승엽은 다시 예전의 '아시아 홈런왕'다운 모습을 재현해냈다. 가볍게 밀어친 타구는 높이 치솟아 쭉쭉 뻗어나갔다. 그리고는 곧 좌측 폴을 '텅!'하고 맞혔다. 20일 만에 터진 시즌 6번째 홈런이자 이승엽이 처음으로 밀어친 홈런이었다. 이를 본 류 감독도 "그간 계속 당겨친 홈런이었는데, 밀어쳐 홈런이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 본모습을 찾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승엽은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1루를 밟아 이날 전타석 출루를 완성했다. 최종 기록은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3득점. 삼성의 8대4 승리의 원동력이 된 활약이었다. 이날 승리를 이끈 이승엽은 "어제 경기에 못 쳐서 졌는데, 오늘 윤석민이라는 최고의 투수를 맞아 팀이 이겨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근 계속 타격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나마 안타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홈런도 밀렸지만 운좋게 넘어갔다. 하체 이용을 더 해야할 것 같다"고 또 다른 노력을 예고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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