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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공부 삼매경 LG 봉중근, "상훈이형처럼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5-09 18:49



"상훈이형처럼 'LG 마무리가 ○○다'는 이미지 만들려구요."

LG 봉중근에겐 최근 하루하루가 새로운 느낌이다. 난생 처음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다 보니 모든 게 낯설다. 로테이션을 지키는 선발과 달리 마무리는 거의 매일 등판을 대기해야 한다. 선발투수일 때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운동하면 됐지만, 이젠 그 시간표가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봉중근은 아직 재활과정에 있어 매일 대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마무리로서의 고충을 느껴가고 있었다. 9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봉중근은 "어제도 경기 중간에 등판을 준비했다. 7회부터 스트레칭을 했고, 8회 공을 던졌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안던지게 됐다"며 "100%로 던지기 위해 몸을 준비했는데 그게 취소되면 정말 힘들다. 만약 거기서 오버한다면 다음 등판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 부분을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봉중근의 말대로 실제 LG는 8일 경기에서 7회까지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있다 8회 대거 4득점하며 승부를 가져왔다. 필승조 이상열 유원상은 1점차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등판했지만, 봉중근 앞에서 경기가 기울어버렸다. 등판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봉중근은 등판간격을 조절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나갈 필요가 없다.

봉중근은 "마무리투수는 원한다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세이브 상황이 오지 않을 때도 많지 않나. 이기더라고 크게 이기면 못 나간다. 3~4경기 못 나가는 건 순식간이더라"며 "이런 부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요즘엔 정말 오승환 손승락 이 친구들이 존경스럽다"며 웃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말해왔듯 마무리투수가 주는 매력은 달콤한 듯 했다. 그는 "정말 매력적인 잡(job)이다. 9회에 덕아웃에서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나 하나만 믿고 있지 않나"라며 "믿음을 주고 싶다보니 나 또한 쾌감이 생긴다. 위험하면서도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마무리로서 블론세이브는 할 수 있다. 그걸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수준이 갈리는 것 같다"며 "이제 이런 저런 것을 몸으로 익혀가고 있다. 선발 쪽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연투가 되는 6월부터는 붙박이 마무리로 나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LG 김기태 감독 역시 봉중근의 마무리 진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류택현 '작은' 이병규(배번7) 등이 부상으로 빠져있고, 리즈가 2군에서 선발 복귀를 준비중이다. 리즈와 부상자들이 돌아오고, 봉중근이 마무리 보직에 고정되면 보다 빈틈이 줄어든다. 플러스 요인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봉중근은 학창 시절 '야생마' 이상훈을 보며 마무리투수에 대한 꿈을 키웠다. 어린이날 두산과의 라이벌전을 앞두고 그라운드 이벤트 땐 아예 가발을 쓰고 나와 마치 이상훈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봉중근은 이상훈 이야기가 나오자 "긴 머리를 휘날리며 직구를 꽂는. 그 공격적인 피칭에 매료됐던 것 같다. 원정 가기 전 버스 앞에서 기다려서 사인받고 그랬다"며 "이제 'LG의 마무리가 누구다', '잘하더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상훈 바라기' 봉중근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LG의 마무리투수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012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어린이날인 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등판한 LG 봉중근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포효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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