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1번 타자의 타율이 2할3푼4리(28일까지)였다. 바로 뒤에서 2번을 쳤던 팀 선배 박석민(삼성)은 "내 앞에 주자가 없어 타점에서 손해를 본다"며 놀렸다. 삼성 선두 타자이자 유격수인 김상수(22)는 고민했다. 타격감은 좋은데 맞는 타구가 대부분 야수 정면으로 갔다. 어떻게 든 살아나가 팀 연패를 끊어야 했다. 그래서 방망이 대신 돌파구로 발을 선택했다.
좌전 안타로 물꼬를 튼 김상수의 진가는 루상에서 빛났다. 정형식의 희생번트 때 SK 내야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상수는 3루수 최 정이 전진 수비하는 걸 보고 정형식이 번트를 대자마자 2루를 돌아 3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1루수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정근우가 3루로 송구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김상수의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는 계속됐다. 이승엽의 평범한 2루수 땅볼 때 홈으로 파고들다 협살 위기에 처했지만 상대 투수 김태훈의 실책으로 행운의 결승점을 뽑았다. 정근우의 송구를 받은 포수 조인성과 3루수 최 정이 김상수를 중간에 두고 협살을 시도했다. 둘 사이에 낀 김상수는 바로 태그아웃되지 않고 중간에서 왔다갔다를 했다. 김상수를 쫓던 최 정이 홈 플레이트에 선 투수 김태훈에게 던진 송구가 높았다. 김상수는 홈으로 슬라이딩했고, 김태훈은 급한 나머지 공을 놓쳤다. 김상수는 "어떻게 든 살아나갔을 때 팀에 보탬이 되는 결승점을 뽑고 싶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주루 플레이를 했다"면서 "협살을 당했을 때는 어떻게든 이승엽 선배가 2루를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려고 죽지 않고 버텼다"고 말했다.
삼성은 28일까지 SK에 무기력하게 2연패를 당했었다. 경기를 풀어주는 해결사가 없었다. 그랬던 삼성의 연패를 김상수가 끊었다.
김상수는 공-수-주 3박자를 갖췄다. 김재박-류중일-이종범-박진만으로 이어지는 한국 대표 유격수의 계보를 이을 예비 스타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