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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아들' 김상수, 발로 삼성을 구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4-29 17:52


프로야구 삼성과 SK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5회초 1사 3루 김상수가 이승엽의 내야땅볼때 3루로 파고들어, 투수 김태훈의 실책을 유발, 역전득점을 하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4.29/

삼성 1번 타자의 타율이 2할3푼4리(28일까지)였다. 바로 뒤에서 2번을 쳤던 팀 선배 박석민(삼성)은 "내 앞에 주자가 없어 타점에서 손해를 본다"며 놀렸다. 삼성 선두 타자이자 유격수인 김상수(22)는 고민했다. 타격감은 좋은데 맞는 타구가 대부분 야수 정면으로 갔다. 어떻게 든 살아나가 팀 연패를 끊어야 했다. 그래서 방망이 대신 돌파구로 발을 선택했다.

김상수는 삼성 선수 중 야구 지능이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다. 발도 빠르다. 지난해 도루를 29개 했을 정도다. 경기를 읽는 능력과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는 탁월하다.

김상수가 '발'로 결승점을 만들었다. 그는 29일 인천 SK전에서 2-2로 팽팽하던 5회 선두 타자로 출전했다. 앞선 두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나 류중일 삼성 감독을 볼 면목이 없었다. 류 감독은 김상수의 모교 경북고 27년 선배다. 삼성팬들은 김상수를 '류중일의 아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류 감독은 김상수가 경북고 3학년으로 올라가던 겨울 모교 훈련장을 찾아가 류중일 이름 석자가 적힌 유격수용 글러브를 김상수에게 직접 선물한 인연이 있다. 김상수는 2009년 삼성 유니폼을 입으면서 류 감독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류 감독은 "우리 팀은 김상수가 없으면 안 된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좌전 안타로 물꼬를 튼 김상수의 진가는 루상에서 빛났다. 정형식의 희생번트 때 SK 내야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상수는 3루수 최 정이 전진 수비하는 걸 보고 정형식이 번트를 대자마자 2루를 돌아 3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1루수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정근우가 3루로 송구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김상수의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는 계속됐다. 이승엽의 평범한 2루수 땅볼 때 홈으로 파고들다 협살 위기에 처했지만 상대 투수 김태훈의 실책으로 행운의 결승점을 뽑았다. 정근우의 송구를 받은 포수 조인성과 3루수 최 정이 김상수를 중간에 두고 협살을 시도했다. 둘 사이에 낀 김상수는 바로 태그아웃되지 않고 중간에서 왔다갔다를 했다. 김상수를 쫓던 최 정이 홈 플레이트에 선 투수 김태훈에게 던진 송구가 높았다. 김상수는 홈으로 슬라이딩했고, 김태훈은 급한 나머지 공을 놓쳤다. 김상수는 "어떻게 든 살아나갔을 때 팀에 보탬이 되는 결승점을 뽑고 싶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주루 플레이를 했다"면서 "협살을 당했을 때는 어떻게든 이승엽 선배가 2루를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려고 죽지 않고 버텼다"고 말했다.

김상수는 6회엔 적시 2루타로 한 점을 보태며 삼성의 9대4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김상수의 발에 당한 SK는 경기 후 나머지 훈련을 했다. 실수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패배를 곱씹었다. SK에 얼마나 그 실수가 뼈아팠는데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28일까지 SK에 무기력하게 2연패를 당했었다. 경기를 풀어주는 해결사가 없었다. 그랬던 삼성의 연패를 김상수가 끊었다.

김상수는 공-수-주 3박자를 갖췄다. 김재박-류중일-이종범-박진만으로 이어지는 한국 대표 유격수의 계보를 이을 예비 스타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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