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를 향한 집념과 에이스를 보호하려는 여유, 하나의 투수교체에는 서로 다른 마음이 녹아있다.
|
우선 선 감독의 교체 배경에는 '에이스 보호'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윤석민은 마음만 먹는다면 120개도 던질 수 있다. 즉 상황에 따라 7회 까지도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동점으로 승패가 불확실한 상황에 굳이 에이스를 무리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 선 감독의 생각이었다. 설령 윤석민이 7회까지 던진다고 해도 팀 타선이 역전을 만들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그런 반면, 한대화 감독의 투수 교체에는 '4연패 탈출'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지난 두 차례의 박찬호 등판 때 한 감독은 일부러 투수교체 타이밍을 한 호흡 늦췄다. 두 번 모두 6회까지 팀이 리드하는 상황이었고, 이전까지 박찬호도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위의 저하는 눈에 띄었다. 장타나 볼넷을 허용하며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한 감독은 베테랑 박찬호의 자존심을 배려했다. 그래서 일부러 투수교체를 늦췄고, 이는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18일 청주 LG전 때는 승리를 놓치기도 했다.
결국, 두 차례의 경험을 통해 한 감독은 아무리 박찬호일지라도 위기가 오면 바꿔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4연패로 최하위에 처진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미 투구수 96개로 한계에 온 박찬호에게 아웃카운트 3개를 허용할 만한 여유도 없었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