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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한국으로 복귀한 뒤 겪고 있는 말못할 고충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류 감독이 그동안 관찰한 결과 파악한 이승엽의 애로사항은 일본에서 습관화된 타격 스타일과 주변의 홈런 기대감이다.
13경기를 치른 24일 현재 홈런 3개로, 홈런 랭킹 공동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승엽은 그리 나쁜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03년 12월 일본 진출을 전후해 한국의 대표적인 홈런타자로 군림했던 이승엽을 기억하는 팬들은 현재보다 더 폭발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일본 생활 8년 동안 몸에 배인 타격 스타일을 볼 때 지금의 이승엽은 장타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승엽의 스윙궤적은 과거에 비해 다소 무너져 있다. 일본 투수들이 몸쪽 공으로 공략하는 성향이 강한데 여기에 대처하려다 보니 스윙폭이 좁아졌다. 큰 것 한방을 만들어내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몸쪽 승부에 능한 일본 투수들의 공략법에 대응하기 위해 배팅 스타일을 간결하게 바꾸면서 팔로스로가 크게 줄어든 대신 툭툭 끊어치는 습관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끊어치는 배팅으로는 장타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류 감독은 이승엽의 홈런 감각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터득하게 된 습관인 만큼 하루 아침에 바꾸려고 하면 또다른 무리가 생기는 것이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여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이승엽에 대한 팬들의 홈런 기대치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피력했다. "팬들은 나이 먹은 이승엽을 생각안한다. 일본으로 진출했던 전성기의 이승엽을 생각하고 기대가 많은 게 사실이다"면서 "9년 전에 비해 스피드와 힘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 때 만큼의 호성적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게 류 감독의 당부였다.
류 감독은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이승엽에게도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과거보다 당연히 못할 것으로 받아들이자"고 덧붙였다.
누가 뭐래도 이승엽 하면 '홈런'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부담감이 커질 것을 우려한 류 감독으로서는 이유있는 '제자 기살리기'에 나선 것이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