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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박상원과 박진희,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예진. 색깔이 전혀 다른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18일 청주 한화-LG전과 잠실 두산-삼성전, 목동 넥센-KIA전에 앞서 각각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올랐다.
어떻게 섭외하나
구단이 나서기도 하고, 연예인의 소속 매니지먼트사에서 먼저 제안을 하는 경우도 많다. 또 구단의 모기업 광고 모델이나 특정 선수의 추천으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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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자의 면면이 가장 화려한 두산은 연예인 시구에 가장 적극적이고 가장 큰 호응을 얻는 팀이다. 이왕돈 두산 마케팅팀 과장은 "두산 팬으로 알려진 연예인이나 방송인을 찾아내 먼저 연락을 취하곤 한다"고 했다. 시구를 하고 싶어하는 연예인이 많다보니 요즘은 차례를 기다린다고 한다. 두산은 한 시즌 홈경기 66~67경기 중 20여 게임에 연예인 시구자를 올린다.
비교적 활동이 뜸하던 연예인이 신곡을 발표하거나,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집중적으로 출연하는 것처럼, 홍보가 필요한 연예인에게 시구는 매력적인 이벤트다.
시구자도 자격이 필요하다
연예인 시구자 대다수는 여성이다. 비교적 딱딱한 남성 스포츠 야구에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불어넣기 위해 여성 연예인을 내세우는 것이다. 2008년 출범한 넥센은 3~4년 간 팀 이름에 맞춰 '작은 영웅'이라는 테마로 일반인이 시구를 했다. 하지만 화려한 시구 세리머니를 원하는 젊은 팬들의 요청이 이어지자 지난해부터 걸그룹을 부르는 빈도가 늘었다.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고 해서 누구나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단마다 가이드라인이 있다.
우선, 다른 구단에서 시구를 한 적이 없어야하고, 타 구단의 모기업 광고 모델 또한 시구자로서 결격 사유가 된다. 또 연예인이 앨범이나 영화 홍보를 위한 의도를 갖고 접근할 때도 일단 경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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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시구'로 유명세를 탄 탤런트 홍수아는 두산 경기에 시구를 하고 싶다며 열성적으로 나서 세 번이나 마운드에 올랐다. 한 방송사의 여성 앵커의 경우 자신의 트위터에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사진을 올려 섭외가 이뤄졌다.
시구비는 15만원
유명 연예인, 특히 걸그룹을 한 번 무대에 세우려면 수천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구는 공짜나 다름없다.
구단은 시구 연예인에게 따로 수고비나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이름이 박힌 유니폼과 모자, 사인볼에 시구장면이 담긴 사진 정도를 제공한다.
이 비용을 다 합해봐야 15만원 정도다. 물론, 멤버가 많은 걸그룹의 경우 비용이 늘어난다. 소녀시대는 두산전 시구를 위해 세차례 잠실구장을 찾았다. 그때마다 모자와 유니폼을 지급했다.
김기영 넥센 홍보팀장은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제작하려면 최소한 경기 일주일 전에 시구자가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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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자는 최소한 경기 30분 전에 경기장에 나와 옷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한다. 경기장 한 켠에서 선수들로부터 공을 던지는 요령을 배우기도 한다.
두산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간을 어긴 연예인이 없었다고 했다. 넥센의 경우 지난해 걸그룹 '애스터스쿨'의 유이가 교통체증에 걸려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결국 시구를 못한 유이는 뒤늦게 도착해 그라운드에 나와 사과를 했다.
돈을 내고 시구를 한다?
아무래도 연예인 시구는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방팀은 연예인 섭외가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연예인을 시구자로 모실 때 교통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시구를 특성화 시킨 팀도 있다. 한화는 시구자로부터 오히려 돈을 받는다. 시구자를 모집해 기부금을 내게하고 이 돈을 소외계층 돕기에 쓴다. 주로 후원 기업의 임직원이나 지역 유지가 시구자에 나선다. 기부금은 액수에 제한이 없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