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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그래서 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롯데로서는 시즌 초반이 매우 중요하다. 18일 부산 SK전을 보자. 이날 경기 전까지 선두 SK에 0.5경기차로 뒤진 2위를 달리던 롯데. 이 경기를 잡으면 단독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시즌 초 기선제압이 중요한 상황에서 매우 의미있는 승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선발 라인업에 주전 중견수 전준우의 이름은 없었다. 2루수 조성환도 팔목 타박상으로 2회 수비에서 조기 교체됐다.
다시 말해, 롯데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도무지 쉬어갈 곳이 없다. 평균 팀타율이 이를 증명한다. 18일 기준, 3할8리로 1위다. 유일한 3할대 팀이다.
문제는 백업들의 타선에서의 활약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개막 직후 손아섭, 최근 전준우 대신 외야에서 활약 중인 이승화는 훌륭한 수비 능력에 비해 타석에서의 모습이 아쉽다. 내야 백업 요원인 신본기, 정 훈도 타석에서 크게 믿음을 주지는 못한다. 시즌 초반 강민호가 허리가 삐끗하는 부상을 당했지만 계속 출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수비 뿐 아니라 타석에서 윤여운, 변용선의 활약을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양승호 감독,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
때문에 양승호 감독의 걱정은 선수들의 부상이다.
손아섭이 오른발 봉와직염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정상적으로 진입하지 못한데 이어 전준우가 지난 14일 부산 두산전에서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 왼쪽 어깨에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조성환은 18일 경기에서 수비도중 상대 주자 김강민과 충돌, 왼 손목에 타박상을 입었다.
양 감독은 손아섭을 향해 "완벽히 회복 돼야 1군 엔트리에 등록시킬 것"이라고 했고 전준우의 경우 부상이 경미하다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3경기 연속 선발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전준우의 경우, 지난해 기록한 전경기 출전의 명예를 올시즌에도 걸려있었지만 양 감독은 더 멀리 내다봤다. 꼭 승리를 거둬야하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조성환에게 역시 조기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물론 가벼운 부상이라도 프로 선수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승리에 욕심을 냈다면 출전을 강행시킬 수도 있었다. 롯데 선수들 역시 경미한 부상은 참고 뛸 만한 정신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이들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롯데 부임 2년차를 맞은 후 느껴지는 여유다. 눈 앞에 보이는 1승도 중요하지만 시즌을 더 길게 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시즌을 치르며 몸으로 체득했다. 7월 이후 불같은 기세로 치고 올라갔던 것도 다른 팀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롯데는 그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했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