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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한화 덕아웃 뒤쪽 선수단 식당에 마련된 인터뷰실에 들어온 박찬호의 표정은 밝으면서도 다소 상기돼 있었다. 최근 첫 등판 일정을 놓고 언론과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데다, 국내 데뷔전이라는 부담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승리를 따냈기 때문이다. 다음은 박찬호와의 일문일답.
-경기전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나.
경기전 긴장했다. 시범경기에서 준비를 하면서 공부도 많이 했지만, 첫 타자(이종욱)에게 긴장했는지 포볼을 주고 말았다. 그러나 두번째 타자(정수빈)를 잡으면서 집중력을 가질 수 있었다. 3회를 공 3개로 끝냈는데, 그것이 1회 투구수가 많았던 것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우리 한국타자들이 정교하고 파워넘치는 선수들이 많은데, 제구력에 신경을 쓰면서 던졌다. 특히 커터가 좋았다.
-직구가 149㎞까지 나왔다.
(안믿는다는 듯 크게 웃으며)그럴 리가 없다. 오늘 바티스타도 그정도가 안나왔는데 내 공이 그럴 리가 없다.
-김현수를 첫 타석에서 삼진을 잡았는데.
투심으로 잡은 것이었다. 어제 현수가 안 나와서 타격하는 것을 못봤는데, 동료 후배들이 무슨 공을 던지면 안되다고 얘기를 해 주더라. 어제 홈런을 친 이원석도 많이 의식했다.
-오늘 가장 의미있었던 것을 꼽으라면.
1회 이종욱이 헬멧을 벗고 인사를 해준게 무척 고마웠다. 나도 메이저리그 처음 가서 그랬던 것처럼 모자를 벗고 답례를 했다. 팬들과 한국야구에 대한 감사함을 겸한 행동이었다. 야구를 떠나서 뭔가 의미있고 감동적인 게임이었다. 앞으로도(경기 시작 순간 모자를 벗는 것을) 계속할지는 모르겠다.
-경기전 동료들이 뭐라고 하던가.
오늘 후배들이 이기자는 결의를 해줬다. 어떤 선수는 우리가 이기는 꿈을 꿨다고도 했다. "형이 이길겁니다"라고 얘기해주는 친구도 있었다.
-첫 승 상대가 최근 몇 년간 캠프에서 같이 했던 두산이었다.
두산이 정정당당하게 해줘 고맙고, 그 친구들이 첫 승을 선물해준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 마음이 가고 정이 있는 팀과 경기를 해서 의미가 깊었다.
-7회 강판할 때 심정은 어땠나.
체력적으로 괜찮았고, 잘 던질 수 있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계속 던질 수 있었는데, 투수코치님이 올라와 바꾸고 싶다는 말씀을 하더라. 포수 신경현한테 내가 물어보니 하는 말이 "형 내려가 지금"이라고 해서 내려왔다.(웃음)
-첫 승이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신경현이 몸이 안좋아서 2군에 있다가 어제 올라왔다. 어제 1군 경기를 처음 봤을텐데, 경기전 선수들을 모아놓고 결의를 해 준 것도 고마웠다. 투수 리드도 내가 원하는 것을 90% 이상 해줬다. 사인을 거부한 것이 거의 없었을 정도다. 몸쪽으로 원하는 사인도 해줬다. 굉장히 든든했다.
청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