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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기태 감독은 12일 롯데전을 앞두고 "비록 졌지만, 수비에서 125m 플레이가 한방에 깔끔하게 이뤄진 것은 좋았다"고 말했다.
하루전인 11일 롯데전. 롯데의 1회초 1사 1루 찬스에서 전준우가 중견수 키를 훌쩍 넘겨 펜스까지 닿는 대형 타구를 날렸다. 1루주자 조성환은 타구가 매우 깊은 걸 확인한 뒤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렸다.
잠시 이 장면에서 유격수 오지환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견수 이대형이 타구를 따라갈 때 오지환은 주자가 2루를 밟는 타이밍을 살피면서 외야쪽으로 백업을 나갔다. 상당히 멀리 나갔다. 본래의 유격수 위치와 중견수 위치의 중간 지점까지 갔다. 어깨에 자신있기 때문이다. 또한 홈에서 접전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지환의 백업 위치가 매우 좋았다. LG 유지현 코치는 "본래 유격수가 외야수 백업을 나갈 때 본인의 송구 능력과 외야수로부터 공을 받는 거리 등을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오지환이 겨우내 훈련을 통해 한층 성장한 것이다. 물론 엄청난 강도의 훈련을 시킨 유지현 코치의 공이 컸다.
바로 이것이다. 잠실구장 센터펜스 거리는 125m. 125m 거리의 중계플레이가 척척 들어맞는 게 바로 달라진 LG의 모습이다. 김기태 감독이 언급한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오지환, 인내심이 낳은 적시타
이날 오지환은 왼손투수 강영식을 상대했다. 본래 왼손투수에 약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타자였다.
3구째를 골라낸 게 매우 좋았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가 낮게 들어왔는데 그걸 참아냈다. 이제 볼카운트 2B1S. 만루였기 때문에 강영식은 다음 공으로 어떻게든 스트라이크를 잡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바로 이 타이밍에 직구가 들어왔고 오지환은 놓치지 않고 공을 '때렸다'. 지난해 왼손투수 상대로 26타수 1안타로 타율 3푼8리. 스트레스만 줬던 기억을 싹 잊게 만든 적시타였다.
수비가 안정되면 타격이 좋아지는 것인지, 타격이 좋아져서 수비도 탄탄해지는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쨌든 오지환은 공수 양면에서 강인해졌다.
오지환은 경기후 "어제(11일) 져서 오늘은 꼭 이기겠다고 마음먹고 게임을 준비했다. 후배 선수들과 함께 분위기를 띄우자고 파이팅을 했다. 8회에 직구를 노리고 자신감 있게 타격한게 주효했다. 김무관 코치님과 유지현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물론, 오지환의 히어로 스토리에 밑바탕을 깔아준 건 LG 선발투수 김광삼이다. 김광삼은 투구수 70개라는 효율적인 피칭으로 6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홈 첫승의 주역이 됐다. 김광삼은 경기후 "투수조 조장으로서 우리 포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겨울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하면서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