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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첫 승 KIA 한기주, 필승 마무리로 설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4-12 12:12


프로야구 LG와 KIA의 시범경기가 28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펼쳐졌다. 한기주가 9회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3.28/

'불꽃 남자' 한기주, 이제는 가치를 증명하려나

모처럼 정말 '세게' 붙었다. 마치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보는 듯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11일 광주구장에서는 홈팀 KIA와 원정팀 삼성이 시즌 중 몇 차례 나오지 않을 만큼의 명승부를 펼쳤다. 두 팀 모두 개막 2연패를 떠안은 상태에서 만난 대결. 팀 에이스 윤석민KIA)과 윤성환(삼성)은 '내가 최고'라고 마운드에서 외치는 듯 위력적인 피칭을 경기 후반까지 보여줬고, 해외파 출신 4번 1루수 최희섭-이승엽의 자존심 대결도 대단했다.

하지만, 이날의 진정한 승자는 바로 KIA 마무리 한기주였다. 실제로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한기주에게 승리투수의 자격이 부여됐다. 팀 에이스와 4번타자에게 그 존재감에 살짝 가리긴 했지만, 한기주의 호투도 분명 KIA를 위한 호재였다.

한기주, 과연 어땠길래

0-0으로 맞선 9회초. KAI 선동열 감독은 8회까지 1안타 무실점에 삼진 11개를 잡으며 잘 던지던 윤석민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투구수 107개. 더 던지자면야 못할 것도 없었다. 윤석민은 지난해 7월15일 대구 삼성전에서 투구수 128개를 기록하며 완투승을 따낸적도 있다.

그러나 선 감독은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비록 팀이 개막 2연패를 당했지만, 굳이 이기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에이스를 지치게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윤석민도 이날 경기 후 "더 던질수도 있었지만, 무리하지 않으려 했다"며 자신의 강판 타이밍을 납득하고 있었다. 승리와 인연은 맺지 못했어도 시즌 첫 등판에서 할 만큼은 다 했다는 속시원함도 느껴졌다.

이렇게 에이스가 경기 후반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하고 내려갔을 경우, 후속 투수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진다. 모든 감독들은 대부분 이런 타이밍에 '필승카드'나 '마무리'를 꺼내들게 마련이다. 선 감독의 선택은 '불꽃남자' 한기주였다. 올해 팀의 마무리로 쓸 예정인 한기주에게 시즌 첫 등판부터 어려운 숙제가 부여된 셈이다.

실제로 좀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이날 한기주의 제구력은 그다지 훌륭하다고 할 수 없었다. 선두타자 배영섭에게 볼카운트 2S를 먼저 잡아놓고도 연속 4개의 볼을 내주며 결국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어 후속 우동균의 희생번트로 된 1사 2루. 타석에 나온 3번 이승엽에게도 볼카운트 1B1S에서 다시 연속 3개의 볼을 던져 4구를 내줬다. 이 시점까지의 한기주는 과거 블론세이브를 하면서 고개를 숙일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승엽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부터 한기주가 달라졌다. 마치 분노게이지가 가득 차 괴력을 발휘하는 것만 같았다. 1사 1, 2루의 위기에서 한기주가 상대해야하는 삼성 타자들은 무서운 인물들이다. 4번 최형우와 5번 박석민.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다. 하지만 한기주는 담담했다. 마운드에서 떨지 않고 최대한 자기의 공을 던지려 노력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형우는 2구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고, 박석민도 8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이 시점까지의 투구수는 22개. 마무리로서는 다소 많지만, 5명의 타자를 상대한 점을 감안하면 과하다고 볼 수도 없는 수치다. 어쨌든 9회초 대위기를 한기주가 잘 막아줬기에 KIA의 9회말 끝내기 밀어내기도 가능했다.

보완해야 할 숙제는

시즌 첫 승을 수확하긴 했지만, 한기주가 '완벽'하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분명 아직은 삼성 오승환과 같은 '완성형 마무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제구력 조율이 관건이다. 이날 한기주는 22개의 공 가운데 볼을 무려 11개나 던졌다. 스트라이크/볼의 비율이 5대5라는 것은 제구력이 거의 잡히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3점 이하의 긴박한 리드 상황에 등판해 경기를 깔끔하게 끝내야 하는 마무리로서는 치명적이다. 볼이 많아져 4구로 주자를 내보내는 상황이 발생하면 투수 본인 뿐만 아니라 수비진의 집중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결정구'의 확보다. 이날 한기주는 배영섭과 박석민에게 먼저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놓고도 결정구를 던지지 못했다. 배영섭에게는 결국 볼넷, 박석민과는 8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마무리 투수라면 최소한의 투구수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오승환이 특유의 돌직구를 가졌듯 한기주에게도 자신만의 결정구가 필요하다. 물론, 한기주도 150㎞의 강속구를 갖고는 있다. 여기에 커브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스트라이크존을 꿰뚫는 구위는 아직 없다. 직구든, 커브든 최후의 순간에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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