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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이 타자에게 가장 짜릿한 포퍼먼스라면 투수에게는 탈삼진이 아닐까. 많은 투수들이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순간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탈삼진은 주로 강속구 투수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때로는 투수가 상대 타자를 얼마나 압도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탈삼진 수다.
공이 낮게, 살아들어간다
프로 4년차인 강윤구는 많은 야구인들이 꼽는 차세대 에이스다. 지난해 3승1패에 그쳤으나 올시즌 사실상 넥센의 제1선발 대접을 받고 있다. 22세의 젊은 투수답게 씩씩하다.
선수 시절 강윤구의 공을 쳐본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공끝이 정말 좋다. 10승 이상 가능한 투수다"라고 극찬했던 강윤구다.
강윤구의 파워풀한 직구는 투구 스타일에서 나온다. 1m83으로 큰 키는 아니지만 공을 때리는 지점이 굉장히 높다. 야구인들은 이런 강윤구의 높은 타점이 SK 김광현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또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나와 공에 힘이 실리고, 낮게 깔려 들어온다. 강윤구는 "공을 챌 때 힘이 실리는 느낌이 들어 직구를 주로 던졌다"고 했다. 이날 3점 홈런과 1타점 3루타를 내준 박진만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 던진 공이었는데, 박진만 선배가 더 잘 친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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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이 늘 강조하는 게 공격적인 투구다. 특히 강윤구에게 물러서지 말라는 주문을 자주 한다. 젊은 투수이기에 직접 체험해보고 헤쳐나가라는 의미다.
강윤구 또한 웬만하면 머뭇거리지 않고 공격 앞으로다.
중심타선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이날 강윤구는 최 정-안치용-박정권으로 이어지는 SK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로 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웬만한 투수라면 주눅이들법도한데 거침이 없었다. 특히 4번 안치용을 세타석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패턴은 비슷했다. 직구에 자신감이 붙어 초구부터 직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갔다. 2회 선두타자 안치용 등 탈삼진을 기록한 타자들을 상대할 때 대부분 초구 직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초구 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면서 더 자신감 있게 직구 승부구를 던질 수 있었다. 탈삼진 퍼레이드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그래도 숙제는 있다
모든 게 완벽하다면 더이상 유망주가 아니다. 강윤구가 최고 수준의 투수로 발돋움하려면 변화구 제구력을 보완해야하고,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강윤구는 2회 2사후 갑자기 흔들렸다. 본인의 말대로 밸런스에 문제가 있었다. 6번 조인성에게 중전안타를 내준데 이어 7번 이호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중심타선을 확실하게 압도하고도 하위타선에서 살짝 흔들린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직구라도 한계는 있다.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던질 줄 알아야 직구의 위력이 배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패배를 통해 성장하는 22세 젊은 투수다. 강윤구는 "4회 9개로 삼진 세개를 잡았을 때 정말 짜릿했다.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다음 경기가 기대되는 강윤구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