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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에서 이미 4개팀이 첫패의 쓴맛을 봤듯이 기분좋은 시작을 맞이한 '양지'가 있다면 '음지'도 있게 마련이다.
팀간 승패를 떠나 이번 시즌 개막전을 치른 선수들 가운데 '베스트'와 '워스트'를 살펴봤다.
베테랑의 힘이었다. 이병규(38)와 조성환(36)이 스포츠조선 야구 전문기자들이 선정한 개막전 베스트에 올랐다. 이병규는 7일 삼성과의 원정 개막전에서 올시즌 첫 만루홈런을 작렬시켰다. 역대 프로야구 개막전 만루홈런으로는 행운의 7번째 대형아치였다. 이병규는 3회초 선두타자 이대형의 볼넷과 최동수의 우전안타, 정성훈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든 뒤 타석에 들어서 삼성 선발 차우찬의 높은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이를 발판으로 LG는 디펜딩챔피언이자 올시즌 1순위 우승후보였던 삼성을 6대3으로 꺾었다. 단순한 1승 이상의 값진 만루포였다. 이병규는 LG의 주장이다. LG는 지난 겨울 동안 가장 혹독한 시련기를 보냈다. 희대의 경기조작 사건에 2명의 유망주 투수가 연루되면서 주변의 뜨거운 시선을 감수하며 스프링캠프를 보내야 했다.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우울한 팀 분위기는 감출 수 없는 법이었다. 더구나 LG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예상한 4강팀에도 들지 못했다. 이병규는 고통으로 점철됐던 LG의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홈런포를 터뜨린 것이다. 이병규는 "그라운드에서 강팀과 약팀은 없다. 누가 한 발 더 뛰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조성환은 '괴물' 에이스 류현진(한화)을 무너뜨리는 결정타를 날렸다. 조성환은 1회말 류현진의 높은 체인지업을 받아쳐 솔로홈런을 만들어냈고 3회에도 적시타를 추가하며 4대1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다. 조성환이 이날 경기시작 17분 만에 터뜨린 홈런은 올시즌 첫 홈런으로 기록됐다. 류현진은 올시즌 최다승을 노리는 최고 에이스다. 그런 류현진에게 롯데와의 개막전 2연패를 안긴 이가 조성환이다. 조성환은 자신에 홈런에 대해 "나도 놀랐고, 류현진도 놀랐을 것"이라고 했다. 조성환은 지난해 홈런 6개를 치는 등 최근 3시즌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치지 못했다. 전문 '거포'가 아닌 그에게 맞은 일격으로 인해 류현진은 롯데 개막전 징크스를 깨지 못했고, '괴물' 에이스의 체면에도 다소 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워스트 : 안치홍(KIA)과 니퍼트(두산)
7일 SK와의 개막전 패배에서 드러난 KIA의 커다란 문제점은 수비실책이었다. 보이게 보이지 않게 수비실책의 중심에는 2루수 안치홍이 있었다. 안치홍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1회말 무사 1루에서 SK 2번 박재상이 평범한 2루수 앞 땅볼을 쳤다. 그러나 안치홍에게는 평범하지 못했다. 안치홍이 실책으로 타구를 놓치는 바람에 무사 1, 2루의 위기를 초래했다. 곧바로 최 정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기선을 제압당하는 빌미가 되고 말았다. 안치홍의 실책이 없었다면 병살 플레이가 가능했고, 그랬다면 KIA가 위기를 맞을 일도 없었다. 안치홍은 5회에도 수비실책을 기록했다. 1-4로 뒤진 가운데 SK 첫 타자 최 정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안치용이 병살타를 때려 기분좋게 2아웃까지 몰고간 것은 좋았다. 다음 타자 박정권이 KIA 서재응과 14구 승부 끝에 땅볼을 친 순간 안치홍이 또 공을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후속타자 김강민이 땅볼로 물러나 추가실점은 면했지만 동료 선수들의 피로감을 드높이는 실책이었다.
지난해 투수 다승 부문 전체 공동 3위(15승), 외국인 투수 중 1위를 차지한 니퍼트는 두산이 올시즌 김선우와 함께 강력하게 믿고 있는 원투펀치다. 하지만 7일 개막전 선발 가운데 가장 저조한 에이스로 낙인찍혔다. 니퍼트는 올시즌 하위팀으로 분류된 넥센과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안타 6개를 맞고 5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니퍼트는 5회 2사까지 무안타 무4사구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으나, 갑작스럽게 난조를 보이며 한꺼번에 점수를 줬다. 두산이 넥센을 상대로 1-0으로 앞서가다가 2대6으로 역전패한 것은 올시즌 잊지 못할 아쉬움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