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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 구속, 배영수 케이스와 왜 다른가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2-03-25 14:59


봉중근의 회복이 빠른 이유는 무엇일까. 봉중근이 지난 1월 사이판 전훈캠프에서 러닝훈련을 하고 있다. 봉중근은 수술후 최적의 몸을 만들기 위해 이때 이미 10kg 넘게 감량한 상태였다. 사진=LG구단 제공

봉중근 케이스와 배영수 케이스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던지는 팔의 팔꿈치 인대가 망가진 투수가 다른쪽 팔꿈치 인대 혹은 손목쪽 인대를 떼어내 아픈 곳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이른바 '토미 존 서저리'는 이제 상당히 흔한 수술이 됐다. 최근 몇년간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이 수술을 받은 선수가 꽤 된다.

수술이 잘 되고 재활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구속 증가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그런데 성공 사례만 많이 부각되기 때문에 마치 '부활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는 이 수술을 받은 뒤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봉중근의 반가운 컴백

25일 부산 사직구장의 롯데-LG전. LG 봉중근이 2번째 투수로 등판, 세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내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롯데 전력분석원의 스피드건에 직구 최고 140㎞가 찍혔다.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도 봉중근은 4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동안 공 5개로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구속은 역시 140㎞였다.

지난해 6월 봉중근은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다. 불과 9개월만에 공식경기에 등판하고 있다. 처음엔 7월쯤 1군 무대로 컴백할 것으로 예상됐던 투수다. 하지만 재활이 잘 이뤄졌고 통증도 없기 때문에 이르면 4,5월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 시기에 컴백한다는 건 짧게 던지는 불펜투수로 뛴다는 걸 의미한다.

이 수술을 받은 투수중 굉장히 빠른 복귀 사례다. 게다가 구속도 좋다. 보통 봉중근은 시범경기때 구속이 135㎞ 정도 나왔는데 수술후 맞이한 시범경기에선 140㎞가 나왔다. 물론 짧게 던지기 때문에 최대한의 근력을 사용한 결과일 것이다. 한편으론 분명 수술 예후가 좋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본래 구속을 벌써 거의 되찾은 셈이다.


배영수의 구속 저하, 끈질긴 노력

삼성 배영수의 경우엔 2007년 1월 미국에서 같은 수술을 받았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차례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간치수가 너무 높게 나와 수술 불가 판정. 이후 간수치를 조절한 뒤 다시 가서 수술을 받았다. 배영수는 당시 수술후 엄청난 통증에 시달렸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배영수는 1년간 재활한 뒤 2008년에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하지만 직구 구속이 떨어져 고생했다. 복귀 첫해엔 직구 평균 구속이 130㎞대 후반에 그쳤다. 이듬해에도 비슷했다. 수술 전 좋았던 시절에는 평균 145㎞를 넘기던 투수다.

배영수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은 경우다. 그나마 본인이 워낙 훈련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몇년에 걸쳐 아주 조금씩 상태가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봉중근과 배영수의 차이

배영수에게 봉중근과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했다. 배영수는 "같은 수술이라도 기본적으로 팔꿈치 인대가 얼마나 많이 망가져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고 답했다. 예를 들면 배영수의 팔꿈치 인대가 5㎝ 정도 망가져 있었다면 봉중근은 2㎝ 정도라는, 그런 얘기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병의 진행 정도로 표현해보자면, 배영수는 3기 말에 해당하는 부상이었다. 봉중근은 1기가 조금 넘어선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 회복이 빠르고 구속도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영수의 경우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가 "지금까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하러 온 투수들 가운데 상태가 가장 나쁘다"고 말했었다. 봉중근과 배영수 모두 수술은 잘 됐다. 또한 지루하고 고통스런 재활 과정을 잘 넘겼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망가진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차명석 코치의 설명이다. "중근이는 재활을 하다가 (통증이 도져서) 중단된 적이 없었다. 잘 흘러왔다. 보통 이 수술을 받고 1년을 잡는 건 중간에 한번씩 통증 때문에 거르는 시간을 겪기 때문이다. 또한 재활이 1년짜리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마지막 두달부턴 본래 게임에 나간다. 게임을 통해 구위를 확인하는 게 최종 단계다. 중근이는 할 수 있는 재활과정을 모두 마쳤다. 이젠 경기를 통해 체크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전세계 의사들이 다 권장하는 프로그램대로 하고 있다."

봉중근의 이른 복귀를 우려하는 팬들이 많지만 현장에선 순리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모든게 순조롭긴 해도 팀 역시 봉중근의 건강한 복귀를 위해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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