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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조인성은 22일 줄무늬가 아닌, 빨간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을 찾았다. 14년만에 처음 온 잠실 원정이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모습이었다. SK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나선 뒤 조인성은 잠시 짬을 내 LG 불펜으로 인사를 왔다. 때마침 차명석 투수코치가 봉중근의 불펜피칭을 관찰하고 있었다.
조인성: (활짝 웃으며)예, 좋아요.
차 코치: 가니까 좋냐? 아프지 말고, 알았지?
조인성: 이야. 중근아, 볼 좋은데?
봉중근: (말없이 활짝 웃는다)
차 코치: 아니 좋은 것 같으면 여기 와서 공을 받아야지, 왜 갔어? 빨리 와서 여기 앉아서 받아.
조인성: (손사래를 치며) 에이, 코치님도….
차 코치: 그나저나 너 오늘 포수 나오냐? 지명타자로 갔으면서 포수 보면 이거 계약 위반 아니야?
차 코치와 조인성의 대화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조인성은 차 코치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조인성은 이후에도 부지런히 인사를 다녔다.
훈련이 끝난 뒤 만난 조인성은 "사실 아직도 옷이 어색하다. 그래도 LG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모두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해줬다"며 "내가 야구 잘 하면, 옷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잠실에 원정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원정이지만, 안방같이 편안하다"며 "지난 14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젠 LG가 아닌, SK의 '앉아쏴' 조인성으로 거듭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인성은 차 코치의 엄포에도 4번-포수로 선발출전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