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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선수 출신 준족 대주자 강명구, 이제 자주 훔치고 싶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03-20 23:48 | 최종수정 2012-03-21 06:57


◇홈에서 살아남은 삼성 강명구(가운데). 스포츠조선DB

삼성 라이온즈의 준족 강명구(32)는 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초등학교 육상 선수였다. 광주 봉선초 3학년까지 알아주는 단거리 선수였다. 전문적인 육상 코치가 없었는데 강명구는 깡마른 체격으로 매우 날렵해 자주 학교를 대표해 육상대회에 나가곤 했다. 그가 전혀 관심없었던 야구 방망이를 잡게 된 것은 광주 중앙초 4학년부터다. 아버지 친구의 "명구는 발이 빠르니까 야구를 시키면 살아남을 것이다"는 설득에 아버지가 넘어가 아들을 전학시켰다. 그렇게 시작해 야구 선수가 된 강명구는 지금 삼성에서 꼭 필요한 백업 요원이 됐다. 그것도 팀이 작전을 걸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들어가는 대주자 역할을 자주 맡는다.

고향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아버지는 아들이 제주 탐라대에 진학할 때 무척 실망했다고 한다. 말이 가야할 제주도로 사람인 아들이 야구를 하러 간다는 걸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강명구는 탐라대를 졸업한 후 2002년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강명구가 1군에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건 빠르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상무에 입대할 때 체력테스트 100m 달리기를 했는데 11초7을 기록, 두번째로 빨랐다. 같은 삼성의 2군에 있는 김종호가 11초3으로 가장 빨랐다.

강명구는 광주 진흥고 시절 선배들로부터 '발이 빠르면 야구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타격, 수비 훈련과 별도로 달리기를 많이 했다. 야구 선수지만 달리기 하나 만큼은 특화될 정도로 빠르고 싶었다. 그의 몸무게는 프로 입단 이후 약 10년이 흘렀지만 체중 70kg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스피드가 생명인 대주자에게 체중은 무척 민감하다. 그래서인지 강명구는 체질상 살이 잘 불지 않는다.

강명구는 "중심 타자들은 한 경기에서 최소 3~4번 타석에 들어가 홈런 1개만 때려도 영웅이 된다"면서 "하지만 나 같은 대주자들은 어쩌다 한 경기에 대주자로 나가 도루 실패라도 하면 그로 인해 팀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그는 대주자에게 도루는 홈런 타자의 홈런에 맞먹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기회를 살리기가 어렵고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또 도루 자체가 부상 위험을 갖고 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전문적인 선수들도 도루를 하다보면 가슴, 팔, 다리, 허리에 찰과상, 멍 이상의 통증이 따라간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무조건 진루를 해야 하는 대주자들은 몸이 다치는 건 둘째치고 팀을 위해 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강명구는 지난 시즌까지 프로 통산 82도루를 기록했다. 총 7시즌 동안 기록한 도루치고는 많지 않다. 주로 선발이 아닌 백업이라 중간에 투입되기 때문에 뛸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 시즌 89경기에 출전, 23번 도루를 시도해 19번 성공했다. 특히 두산전(9월 20일)에선 연장 11회말 대주자로 나와 페르난도의 폭투를 틈타 홈스틸을 성공시키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당시 페르난도의 태그를 피해 베이스를 먼저 찍어 승리하는 장면은 지금까지 삼성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강명구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준다면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는 "이제 내발로 1루까지 걸어나간 후 달리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강명구는 동료들이 진루하면 대신해 많이 달렸다. 그는 괌과 오키나와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타율 4할9푼(22타수 9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랬던 강명구가 실제로 이번 정규시즌에서 2루수 선발로 출전할 지는 불투명하다. 실전 타격감과 수비력을 좀더 끌어올려야 한다.

강명구는 "올해도 선수로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후배들이 거세게 치고 올라온다"고 했다. 그가 살아 남기 위해선 장점인 스피드는 유지하면서 약점인 타격과 수비력을 보완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대주자란 타이틀을 떼어낼 수 있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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