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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박찬호의 적응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니겠어요?"
헐크 감독, 주인공으로 등장할까
30여년전 미국드라마 '헐크'에선 주인공 역할을 맡은 빌 빅스비가 매회 초록색 괴물로 변했다가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때마다 잠시 동안 '여긴 어디? 난 누군가?' 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여주곤 했다.
지난해 8월 김성근 감독의 퇴진 이후 이 감독이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잔여 시즌과 포스트시즌까지 치렀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만수의 팀'이란 시각은 별로 없었다. 전훈캠프부터 지휘하는 올해야말로 '이만수 야구'의 원년이다.
벌써부터 SK의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 분위기가 지난해와 사뭇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짧고 굵게 훈련하고 선수들의 자율권은 커졌다. 웨이트트레이닝의 비중이 높아졌고, 휴식일은 없지만 대신 낮잠 잘 여유시간이 생겼다. 몇개월 뒤 시즌 성적에 따라, 이같은 전훈캠프 스케줄이 서로 다른 근거를 위해 동원될 것이다.
나머지 7개 구단과 경쟁하는 동시에, 이만수 감독은 SK의 최근 몇년을 상징하는 김성근 전 감독과 경쟁하는 입장이다. 많은 승부처에서 선택의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비교될 것이다.
롯데의 이대호였을까, 이대호의 롯데였을까
이번 겨울 이대호가 FA 자격을 얻은 뒤 일본 오릭스로 이적했다.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꼴데' 이미지를 완전히 벗은 롯데에겐 분명 손실이다.
롯데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대호 한명이 빠져나갔다고 해서 순식간에 순위가 하락한다면, 롯데의 팀 전력구조가 그간 건강하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다른 타자들에게도 자존심의 문제가 된다.
이대호의 전력이탈도 문제지만, 그 보다 15승 투수 장원준의 군입대가 더 큰 어려움이라고 전망하는 야구 관계자들도 많다. 이 부분은 그러나 이승호 정대현 등 SK로부터 데려온 좋은 투수들이 있기에 전체적인 마운드 전력에선 상쇄되는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올해 이대호가 없다고 해서 사직구장으로 향하는 부산팬들의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부산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선수 한명으로 좌우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건, 롯데가 진정한 강팀으로 롱런하기 위해선 이대호가 없을 때도 성적이 나야한다는 점이다.
박찬호, 연착륙을 위한 기준점은
올해 첫 등판부터 마지막 등판까지 매경기 눈길을 모을 투수가 있다. 해외파의 개척자이자 복귀파의 상징, 한화 박찬호다.
이승엽 김태균 김병현 등 중요 복귀 선수들이 많지만 역시나 박찬호에게 시선이 모아진다. 빅리그 124승, 하지만 지금은 전성기와 비교하면 구위가 많이 떨어진 투수. 과연 박찬호는 어떤 성적을 낼까.
박찬호는 모든 팀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등판할 때마다 빅매치가 될 게 틀림없다. 박찬호를 이기면, 박찬호로부터 좋은 홈런을 뽑아내면, 팀이든 선수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모두가 기를 쓰고 덤벼들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4점대 초반의 방어율이 '박찬호의 연착륙'을 판가름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승수는 본인 의지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신 방어율은 거의 직접적으로 투수 능력치와 연계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3점대 중반의 방어율이면 개인순위 5,6위권에 들 수 있다. 방어율이 4점대 후반으로 처질 경우엔 곤란해진다. 대개 4점대 초반의 방어율이라야 10승도 바라볼 수 있다.
6이닝 3자책점이면 방어율 4.50이다. 결국 평균적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박찬호가 호투하면 그것 자체로, 부진하면 또한 그 자체로서 계속 화제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트레이드 요구로 파문을 일으켰던 KIA 최희섭, 2002년을 마지막으로 4강에 한번도 못오른 LG 등도 거센 파도 앞에 놓여있다.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