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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체력'과 '팀 분위기'가 팀을 강하게 만든다.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기초체력의 중요성은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나 6개월 이상의 긴 기간을 한결같이 버텨내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기초체력이 얼마나 튼실한지가 곧 생존의 문제와 연결된다. 단기간에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다가 금세 페이스가 떨어지는 선수와 꾸준히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내주는 선수 가운데 누가 더 각광을 받고, 많은 연봉을 받는 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결국 기초체력은 곧 선수와 구단을 먹여살리는 자양분이라고 볼 수 있다. 선동열 감독은 일본 프로생활을 통해 이런 이치를 체득한 뒤 국내에 돌아와 선수들을 지도할 때 적용했다. 삼성 감독 시절 트레이닝 파트를 대거 강화하고, 스프링캠프 때마다 선수들에게 '체력강화'를 주문한 것이 바로 그 사례다. 결국 이를 통해 선 감독은 두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열흘 간 진행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선 감독이 가장 선수단에게 많이 하는 말이 바로 "기초체력을 길러라"다. KIA 주장 차일목은 "캠프 훈련프로그램도 지금까지는 체력강화 위주로 짜여진 데다 감독님도 수시로 '기초체력이 강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고 전했다. 지난해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KIA 선수들은 '부상을 막아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힘겨운 체력강화 훈련을 소화해내고 있다.
경쟁력의 바탕은 '팀 분위기(케미스트리)'
기초체력 강화와 더불어 선 감독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스프링캠프 모토는 바로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자'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과는 별도로 팀 전체가 어우러질 때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라는 것이 있다. 흔히 '조직력' 혹은 '팀 케미스트리'라고 표현되는 무형의 전력인데, 수치상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팀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결국 이런 무형의 전력 요소에 의해 순위가 나뉘는데, 팀 분위기가 좋은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차이점은 접전 상황이나 위기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가능성이 희박한 경기를 뒤집거나 라이벌 대결에서 승리하는 팀은 결국 자체 분위기가 좋은 팀이다. 선 감독은 바로 이런 점을 KIA 선수들에게 심으려고 한다.
이는 지난 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시즌 첫 합동훈련 때도 밝힌 바다. 당시 선 감독은 "KIA는 지난해 역전승 최소, 역전패 최다팀이었다. 올해는 역전패를 줄이겠다"고 말했었다. 당시에는 '불펜강화'에 대한 구상을 밝히면서 한 이야기다. 그런데, '팀 분위기'라는 화두에 이 발언을 비춰보면 결국 '지난해의 KIA는 팀 분위기가 좋지 못했으니 올해는 분위기를 바꿔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타이거즈 정신의 회복'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래서 선 감독은 '기초체력'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비중으로 '팀 분위기'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있다. 주장 차일목은 "감독님이 늘 선수들에게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신다. 선수들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 내게 따로 주문하시진 않지만,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