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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균도 복귀파 선수지만 국내 리그 공백기는 2년에 불과하다. 그 보다는, 김병현 박찬호 이승엽 등 최소 8년 이상 해외파로서 생활했던 선수들의 감회가 깊을 것이다. 아울러 한국프로야구가 좋은 흥행 소재를 얻은 것 못지 않게, 선수 본인들도 한국 컴백으로 큰 소득이 있다.
이승엽, 리빌딩의 시간을 얻다
그런데 삼성측 관계자는 이승엽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을 전해왔다. 그는 "여기 와서 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되고 난 뒤 관찰해보니 승엽이가 예전 한국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폼이) 많이 무너져있다는 걸 모두가 느꼈다. 당연히 승엽이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승엽이 경우엔 여기서 컨디션을 서서히 끌어올린다는 그런 캠프 본연의 훈련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폼을 되찾기 위해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있는 동안 이승엽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타격폼을 자주 바꾼 편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선수 고유의 개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이끌지만, 일본프로야구는 교과서적인 방향으로 손을 대는 걸 좋아한다. 이승엽이 성적이 좋았을 때는 별 문제 없었지만 부진할 때면 늘 얼마 지나지 않아 타격폼 수정 얘기가 들려오곤 했다.
이승엽 스스로도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면 일본인 지도자들의 지시에 솔깃해지곤 했다. 또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보니 바꿔야 할 부분을 고집스럽게 유지한 적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긴 시간을 두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을만한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이승엽은 고액 연봉을 받는 용병이었다. 한국에서 뛰는 용병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단기간에 성적을 내지 못하면 곧바로 압박과 함께 이런저런 간섭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스스로 문제점을 알아도 여유있게 고쳐나갈 시간이 없었다.
삼성으로 돌아온 지금은 걱정 없이 편안하게 자신의 몸과 폼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2003년에 56홈런을 쳤던 타자다. 삼성은 이승엽을 믿고 있다. 삼성이 조바심을 낼 이유도, 이승엽이 스트레스를 받을 까닭도 없다.
박찬호, 한국말을 얻다
박찬호의 프로 첫 구단은 메이저리그의 LA 다저스였다. 그후 빅리그 레벨에서 뛰었던 구단만 꼽아봐도 텍사스,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등으로 매우 많다. 지난해엔 일본의 오릭스에서 던졌다.
어디가 됐든 프로 입단후 박찬호는 늘 커뮤니케이션이 비교적 자유롭지 못한 곳에서 야구를 해왔다. 물론 박찬호는 영어를 잘 한다. 처음 미국에 건너갔을 때부터 부지런히 영어 공부를 한 덕분에 언어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단순 대화와 소통은 의미가 다르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찬호는 이제 소통이 가져다주는 유대감을 본격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지난 2006년 제1회 WBC를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했던 박찬호는 동료들에게 "오랜만에 훈련할 때 계속 한국말을 쓰니까 참 편하고 기분이 좋다"고 자주 말했다.
그게 단순히 말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어 좋다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짧게 던지는 한두 마디지만 그 안에 담긴 진짜 뉘앙스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박찬호는 오랜만에 겪은 것이다. 박찬호는 무려 18시즌의 여름을 거친 뒤 드디어 소통이 쉽게 이뤄지는 곳으로 돌아왔다.
김병현, 동료와 캐치볼을 얻다
김병현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뛸 때 현지 언론을 통해 굉장히 독특한 선수로 묘사되곤 했다. 2004년에는 김병현이 트리플A로 강등되자 보스턴 지역 언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팀융화 문제와 그들이 보기엔 기이한 과다훈련을 지적했다. 심지어 보스턴의 일부 선수들마저 김병현의 등 뒤에 마치 화살을 꽂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병현은 보스턴 시절 이른바 '벽치기'로 유명해졌다. 부상 때문에 정상 컨디션을 되찾기 어려울 때 김병현은 성에 찰 때까지 공을 던지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훈련시간 외에는 공을 받아줄 선수가 없으니 담벼락에 대고 공을 던지는 훈련도 했다. 구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그만의 노력이었지만, 현지에선 '붉은 군대식 훈련'이라 표현할 정도로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미국 구단과 선수들에게 비친 김병현의 모습은 '불성실하지는 않지만 너무 외톨이 성향이 있고 팀에 무관심하다'는 쪽이었다. 야구장에서 늘 홀로 있는듯한 인상을 준 것도 오해를 사는 한 이유가 됐다.
김병현이 활달하게 주위 선수들과 어울리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 게다가 오해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성격도 아니다보니 미국 시절의 그는 고립된 듯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넥센에선 동료를 얻게 될 것이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이미 김병현의 재기와 관련해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이상 '나홀로 벽치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으로 김병현은 한국에 돌아오면서 '야구'를 얻었다. 지난 4년간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던 그가 다시 큰 기회를 잡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선후배 동료들을 얻었다. 김병현은 더이상 외톨이가 아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