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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병현이 짐, 쌓았다가 다시 풀었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1-18 14:44


두산 김선우와 넥센에 입단한 김병현은 절친한 형, 동생 사이. 하지만 김선우조차 김병현의 입단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다. 지난 2006년 WBC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대표팀 훈련을 위해 후쿠오카에 입국하는 모습.

김선우도 몰랐다.

김병현의 넥센 입단은 철저한 보안 속에 신속하게 진행됐다.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신속한 의사 결정 과정에 절친한 지인들도 깜짝 발표를 접한 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활약할 당시부터 돈독한 사이였던 두산 김선우조차 넥센 입단 소식을 몰랐고 했다. 그는 18일 "정말 몰랐다. 나도 황당하다. 발표가 나간 뒤 아는 동생이 전화로 알려줬다. 미국 LA에 머물고 있는 병현이가 어제 전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부탁한 짐을 이미 다싸서 구단에 양해를 얻어놓은 상황이었다. 그 짐 다시 풀라고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김선우는 19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날 예정이었다.

김선우는 "발표를 보고 나서 통화를 했다. '넌 도대체 홍길동이냐'했더니만 '형, 갑자기 그렇게 됐어. 내일 한국 가'라고 하더라. 아마 어제 저녁 계약이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당초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해 LA에 머물며 훈련을 병행하며 팀을 모색중이었다. 갑작스러운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김선우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다만 내 경험으로 볼 때 가족 때문에 내린 결정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혼자면 모르지만 가족도 있고 딸도 있는 상황이라 마음을 먹고 미국에 갔어도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며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국내행의 이유를 짐작했다.

김선우는 김병현의 국내 활약을 확신했다. 둘은 최근 3년간 오프 시즌마다 캐치볼 등을 함께 하던 사이. 그만큼 가까이서 김병현의 상태를 지켜본 사람이 바로 김선우다. 그는 "미국 가기 전에 병현이와 캐치볼을 했다. 엄청 달라졌더라. 재작년에는 가까이든 멀리든 힘으로만 던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볼의 스핀과 몸의 회전으로 공을 뿌리더라. 특히 회전이 굉장히 좋아졌다"며 밸런스가 눈에 띄게 회복됐음을 암시했다. 김선우는 "좋아졌길래 물었더니 작년 일본 라쿠텐에 있을 때 중간에서 던질때 최고 시속 148km 나왔다고 하더라. 연속으로 던졌을 때 더 좋고 그랬다고 했다"며 "최근 운동을 정말 많이 한 몸이었다. 공이 좋아지는 걸 스스로 느끼니까 더 의욕적으로 운동에 매달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김병현의 활약 여부에 대해 김선우는 "충분히 가능하다. 작년에도 꾸준히 공을 던졌다. 모르는 사람들은 공백을 우려하지만 공을 꾸준히 던진 이상 어색함만 극복하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며 "쟁쟁한 투수들이 너무 많아졌네.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며 선의의 경쟁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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