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충분한 시간을 줬다. 이제는 결정한다"
그간 KIA는 최희섭과 관련해 최대한 선수의 입장을 배려하고 기다린다는 입장이었다. 최희섭의 문제가 신체적인 부상이 아니라 심리적인 상처와 피해의식 때문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한 까닭. 기본적으로 최희섭이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많은 부분을 배려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KIA 측 입장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오기만 하면 받아준다"였다. 새해 첫 워크숍과 합동훈련에 빠졌지만, 크게 문제삼지 않고 대화의 창구를 열었다. 그게 서로 '윈-윈'하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같은 원칙을 고수한 결과 KIA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최희섭은 여전히 속 시원하게 자기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두문불출 했고, 여론은 악화됐다.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와 구단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도 해봤지만, 최희섭이 훈련에 계속 불참하고 있다는 소식이 타구단에 알려지면서 트레이드 주도권도 잃게됐다. 게다가 간판선수가 계속 훈련에 불참하고, 스프링캠프까지 제외되는 과정에서 팀 분위기가 흐려지는 조짐도 나타났다.
단호한 결단, 그 내용은
그렇다면 KIA가 내릴 '단호한 결단'은 어떤 형태일까. "선수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김조호 단장의 말에서 그 강도를 짐작할 수 있는데, 최희섭의 상황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우선은 적극적 트레이드다. 최희섭은 이미 지난해 후반기부터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해왔다. 올해 초에도 그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KIA도 트레이드의 문을 열고 수도권 몇몇 구단과 접촉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희섭이 훈련에 불참하면서 구단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바람에 최희섭의 시장가치가 떨어졌다.
KIA가 당초 원했던 선수는 트레이드 불가 대상에 묶였고, B급 카드가 등장했다. KIA로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계속 상황을 길게 끌고가는 것보다는 유망주를 빨리 팀에 합류시켜 즉시 전력감으로 훈련시키는 게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트레이드 시간이 길어질수록 최희섭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트레이드가 여의치 않을 경우, KIA는 구단이 선택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바로 최희섭의 신분을 '제한선수'나 '미계약 보류선수'로 묶는 것이다. 김 단장은 "너무 헐값에 트레이드를 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최희섭을 '제한선수' 혹은 '미계약 보류선수'로 신청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한선수'는 야구규약 5장 제41조 2항에 규정된 것으로 '선수가 개인적인 사유에 의해 야구활동을 중지할 경우' 소속구단이 총재에게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총재에 의해 '복귀조건부'로 공시된다. 또 미계약 보류선수는 전년도 11월25일에 제출된 보류선수 명단에 있는 선수가 구단과 연봉계약을 2월1일까지 맺지 못하는 경우다. 이때 구단은 야구규약 5장 52조에 따라 전년도 연봉의 300분의 1의 25%를 1일분으로 한 보류수당을 경과 일수에 따라 일당 계산으로 1개월마다 지불해야 한다.
'제한선수'나 '미계약 보류선수'는 모두 시즌 중 복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임의탈퇴'에 비해 완화된 조치다. KIA는 이제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까지 준비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