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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이 '최희섭 카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건 '대원칙' 때문이다.
LG의 현 전력구조상 최희섭은 상당히 구미에 맞는 선수일 수 있다. 1루와 중심타선 전력보강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왼손타자 출신의 광주일고 선배'인 김기태 감독은 좋은 멘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최희섭을 언급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김기태 감독은 14일 전화통화에서 "최희섭을 데려오려면 우리 쪽에서도 그만한 가치의 선수를 내줘야 한다. 뚜렷한 전력 보강이라 말할 수 없다. 솔직히 최희섭이 트레이드가 아닌 방출 상태로 나온다면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이 바로 덤벼드는 게 당연하다. 누군들 탐나지 않겠는가. 그런데 KIA에서 최희섭을 그냥 내보낼 수 있겠는가. 현실적으로 영입할 생각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지는 올겨울 김기태 감독이 표방한 '대원칙'과 관계 있다. LG가 최근 계속해서 4강 진출에 실패한 건 선수 구성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그 보다는 선수단 전체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대원칙을 지켜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LG는 선수간에 '보상 심리'가 강한 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니 원칙과 약속이 더욱 지켜져야 하는 팀이다.
'한국 도로에서 차량은 오른쪽 길'과 같은, 예외없이 누구나 수긍하는 원칙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바로 이같은 대원칙을 세우고자 지난 석달간 노력했다. 두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체력테스트에서 실격한 박현준 우규민 유원상 김태군 등을 전훈명단에서 제외한 것도 원칙에 충실하자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같은 맥락이다. FA 시장이 열렸을 때 주요 전력 3명을 빼앗긴 LG는 그후 "있는 자원을 키우고, 기회를 주면서 끌고나간다"는 입장을 정했다. 그런데 지금 최희섭 영입에 나선다는 건 오프시즌의 끝자락에 와서 대원칙을 스스로 깨는 일이 돼버린다. 김기태 감독은 "있는 선수들로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