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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잉코치라도 2군에 머문다면 의미가 없다."
현재 선수신분이 아니기에 류택현은 이날 체력테스트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코치들보다 열심히 현장을 오가며 선수들에게 따끔한 조언을 건넸다.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커보였다. 함께 테스트를 받을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먼저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오늘은 선수들이 체력테스트를 잘 받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그래도 근질근질한 몸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팔짱을 끼고 선수들을 매섭게 관찰하는 다른 코치들과 달리, 류택현은 트랙을 바라보면서도 계속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뛰는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그에게 후배들은 물론 코치들도 "같이 뛰어야 되는데…"라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김기태 감독은 이에 대해 "난 야수조와 함께 오키나와로 간다. 사이판 쪽은 조계현 수석코치와 차명석 투수코치 등 투수파트 전문가들이 맡는다"며 "내가 보는 것보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겠다. 1월 안에 류택현의 현역 복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류택현은 "잠실구장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위해 복귀를 준비했다. 플레잉코치라도 2군에 머문다면 의미가 없지 않나. 반드시 1군에서 던지는 투수가 될 것"이라며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마지막 기회를 잡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LG 마운드에 베테랑의 관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박명환이 허리통증으로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탈락했지만, 이대진이 체력테스트서 상위권에 올라 캠프 티켓을 잡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류택현도 LG 마운드에 경험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까. 그날을 위해 그는 오늘도 남몰래 구슬땀을 흘린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