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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투수들이 밀리는 추세다.
LG 이병규, 두산 김현수, 삼성 오승환, KIA 윤석민 등 '굵직한' 선수들의 계약이 남아 있지만, 전체적인 연봉 수준을 보면 상위 1~5위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1~4위가 모두 타자이고, 투수중에서는 김선우와 정대현이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연봉 랭킹에서는 롯데 손민한이 6억원으로 3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김선우 배영수 류현진 등이 10위권에 포진했었다. 올해 타자들 몸값이 더욱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몸값에서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원인 FA 제도다. 지난 2000년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투수들보다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FA 계약 총액 규모 1~5위가 모두 타자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심정수(60억원) 김동주(52억원) 이택근(50억원) 장성호(42억원) 정수근(40억6000만원)이 FA 몸값 상위권을 점령했다. 투수중에서는 박명환(40억원) 정대현(36억원) 진필중(30억원) 정재훈(28억원) 등이 FA 대박을 맞은 투수들이지만, 금액 규모가 타자들에 비할 바는 못된다.
FA 계약시 타자들이 훨씬 높은 몸값을 받는 것은 FA 자격 연한 및 선수 수명과 관계가 있다. 보통 선수 생명은 타자가 투수보다 길다. 이 때문에 FA 자격을 얻는 선수가 상대적으로 타자들이 훨씬 많고, 특급 대우를 받는 선수도 타자쪽에 몰릴 수 밖에 없다.
이번 스토브리그까지 역대 FA 계약 선수 111명 가운데 투수는 28명으로 타자(83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오승환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등 올해 6~8년차를 맞는 특급 투수들이 FA가 되는 2013년 이후부터는 투수들이 강세를 보일지 모르나, 아직은 몸값에서 타자들의 시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또 하나 가능한 설명은 해외파들의 복귀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정민태 정민철 이상훈 구대성 등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온 투수들이 연봉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 복귀 주축 세력이 타자들로 바뀌었다. 최근 LG 이병규, KIA 이범호에 이어 이번 겨울 김태균과 이승엽이 국내 복귀를 선언하며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메이저리그도 전통적으로 타자들의 몸값이 훨씬 높다. 역대 총액 규모 순위를 보더라도 1~10위 가운데 투수는 뉴욕 양키스 C.C. 사바시아 한 명 뿐이다. 하지만 FA 취득 연한이 6년에 불과한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 수명보다는 구단이 마케팅 측면에서 타자들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프로야구와는 근본적으로 몸값 결정 시스템이 다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