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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부터 배울려구요."
밑바닥, 깊은 의미가 있다. 완전한 백지에서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프로에서만 보낸 시간이 18년이다. 94년 태평양으로 데뷔, 작년까지 뛰었다. 그런 그가 그동안 쌓았던 것을 모두 버리겠다는 건, 그만큼 의지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편하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작년 은퇴와 함께 넥센에서 코치 제의를 했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욕심이 컸다. 새로운 야구도 보고 싶었다. 이숭용은 "모든 걸 새롭게 보고 느끼고 배우고 싶다. 1년이 짧다면 2년이 돼도 상관없다"고 했다.
2011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해다. 은퇴 결심, 야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낀 계기가 됐다. 은퇴식 때 흘린 눈물은 어떻게 보면 깨달음의 눈물이었다. 가족들도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은퇴식 뒤 가족들과 되도록이면 많은 시간을 보낸 이유다.
이숭용은 "후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고 서로 이해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끝까지 후배들에게 '맏형'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 '영원한 캡틴', 이제 제2의 인생의 막을 연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