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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서 문자가 왔더라구요. '아빠,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하던데요."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의 살림을 도맡아 해왔다. 680만 관중 달성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일꾼이다. 이 특보는 "머리 속이 하얘지는 것 같아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느낌이랄까. 시원섭섭하네요"라고 했다.
이 특보는 83년 기록원으로 KBO에 입사했다. 당시 유력 건설회사에 합격이 됐지만, 야구가 좋아서 KBO를 택했다. 이 특보는 "고교 때 처음 야구경기를 본 뒤 반했죠. 대학 때 고등학교 야구대회가 16일 동안 열렸었는데 15일간 매일 4경기씩 봤었어요"라고 했다.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아달라고 했다. 이 특보는 "제1회 WBC때 도쿄돔에서 일본을 이길 때였어요. 구단 사장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너무 좋았죠. 누구도 일본을 꺾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으니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숨겨진 일화를 하나 밝혔다. "당시 김인식 감독님께 목표를 여쭤봤더니 '예선통과'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4강입니다'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구요. 그러더니 '4강 가면 뭐해줄건데' 하시길래 '양복 한벌 해드리죠'라고 했죠." 당연히 WBC가 끝난 뒤 고급 양복 한벌을 김 감독에게 선물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물어봤다. 의외로 97년 부정배트 사건을 꼽았다. 이 특보는 "그 때 한달 정도 사건이 진행됐는데 보름간을 미국에 출장을 가야했죠. 어떤 결과가 나와도 믿지를 않는데 정말 힘들더라구요"라며 웃었다.
한마디로 이 특보에게 야구는 인생이었다. 도대체 그가 느낀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보는 것만으로도 직접 뛰는 것같은 대리만족을 주는 스포츠죠. '기승전결'같은 논리의 전개가 뚜렷해요. 역전 홈런이 아무 이유없이 나오지 않잖아요. 투수의 구위, 상황 등 모든 게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았다. 이 특보는 "총재님이 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 건립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죠. 프로야구를 위해 제가 해야할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료 모으고, 뛰어다니고 하는 게 사실 제 적성에 딱 맞아요"라며 웃었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