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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필요로 한다면 마무리로 뛸 수 있다.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박현준은 본인 스스로 '마무리투수를 하겠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팀보다 자신이 앞서나가는 모습을 원한 게 아니었다. 박현준은 "내가 마무리를 하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팀이 필요로 하면 마무리를 맡을 수 있다는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이드암이 뿌리는 150㎞대 강속구. 박현준은 대학 최고 유망주로 SK에 입단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 중반 LG로 트레이드된 뒤에야 비로소 꽃을 피웠다. 어렵게 자리잡은 선발투수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보직 전환이 쉬운 일도 아니다. 박현준은 이에 대해 "보직은 관계 없다. 마무리로 보직을 옮겨도 잘 해낼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평소 도전을 즐기는 성격인가'라고 묻자 그는 "그런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올시즌을 치르면서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박현준은 최근 등산에 재미를 붙였다. 많은 운동 중에 등산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다이어트를 위해서다. 박현준은 올해 SK 선수단만 만나면 '어쩌다 이렇게 살이 쪘냐'는 소리를 지겹게 들었다. 'SK의 지옥훈련에서 벗어나서 좋냐'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살을 찌운 건 박현준 본인의 의지였다. 몸을 불려 구위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박현준은 "생각했던 것처럼 되지는 않았다. 시즌이 끝나고 돌이켜보니 말랐을 때가 구위가 더 좋았던 것 같다"며 "가장 좋았을 때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 선발이든 마무리든 내년에 더 잘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열심히 살을 빼고 있다"며 웃었다.
내년 시즌 박현준이 뒷문지기로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기태 감독은 "현준이가 기특하다"며 그의 팀을 위하는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현준이도 마무리 후보 중 한명이다. 박현준 우규민 한 희 이동현 등을 두고 스프링캠프 때 최종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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