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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7일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포야구장, '새로운 도전, NC 다이노스'라는 현수막이 펄럭이는 가운데 오전 9시가 되자 어김없이 선수들이 버스에서 우르르 내린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어 청백전은 취소됐지만, 훈련을 거를 수는 없다. 야수와 투수조로 나뉘어 야구장 옆에 마련된 실내연습장과 웨이트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가볍게 몸을 푼 후, 크지 않은 실내연습장이지만 그물망으로 3개의 공간을 만들어 타격 훈련에 돌입한다.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신인 선수뿐 아니라 트라이아웃을 거쳐 제2의 야구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중고 선수들까지 얼굴도 사연도 제각각이다.
김 감독을 미소짓게 만드는 일은 이제 팀이 어느정도 틀을 잡아가고 있는 점. "워낙 다양한 배경을 가졌고, 사연 많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틀을 잡는데 중점을 뒀다. 이제 선수들의 장단점은 어느정도 확인했다"며 "다음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미국 스프링캠프 때부터는 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야구 실력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얘기를 하는 도중도중에도 선수들을 일일이 챙겼다. 신인 포수 김태우의 타격폼을 지켜보다가 자세를 교정하거나, 다른 선수의 타격 모습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찾게 하는가 하면 체온 유지를 위해 덥더라도 트레이닝복을 껴입게 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이어졌다.
"이제 프로에 첫 발을 뗐거나, 프로에서 1군 생활을 거치지 않은 선수가 대부분이기에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한다"면서도 "마치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그대로 다 따른다. 좌절을 겪어본 선수가 많기에, 질타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내 북돋아주고 있는 것이 나를 비롯한 우리 코칭스태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코치진이나 선수들도 인정하는 부분. 전준호 작전-주루 코치는 "의욕 하나만큼은 어느 팀에 못지 않다"고 말했고, 넥센에서 방출됐지만 NC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하는 포수 허 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존경쟁이 엄청나다. 특히 방출된 선수들의 경우 마지막이라는 절박함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태우는 "7㎏나 빠졌다. 아마와 프로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1군 경기가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2군 리그(퓨처스 리그)는 사실상 무관심속에서 '그들만의 리그'였다. 하지만 내후년부터 1군에 진입할 NC가 경기를 치르는데다 김성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힌 고양 원더스도 뛰어든다. 두산과 SK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매해 으르렁댔던 두 명의 김 감독이 이제 2군에서 맞붙다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이 다시 복귀를 하셔서 너무 반가운데다, 내년 3경기를 치른다고 한다.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NC는 오는 16일 한라산 산행을 마지막으로 두달 넘게 진행된 첫 훈련을 마친 후 한달간 휴식 기간을 갖고, 내년 1월 중순 미국 애리조나 투산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김 감독은 "현재 테스트를 받는 선수까지 62명 정도 된다. 물론 모두 데려갈 수는 없다. 45명 정도로 추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귀포=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