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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승엽이 총액 11억원(연봉 8억원+인센티브 3억원)의 거액으로 삼성과 계약했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회심의 미소만 지었다.
그동안 김태균의 대우를 '10억원+α'이라고 일찌감치 공개하며 연봉 10억원 시대를 예고했던 한화다.
하지만 한화는 김태균 영입에 따른 관심몰이 특수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한화는 예상된 수순대로 돌아간다는 반응이다. 이승엽의 몸값 규모는 물론 삼성이 한 발 앞서 계약을 발표한다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다.
삼성으로서는 거물급 이승엽을 영입하면서 최고 연봉이 확실시되는 김태균에 앞서 발표함으로써 '현존 최고,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안겨주는 효과를 얻었다.
이승엽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구단도 같히 신경쓰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한화는 "삼성 구단으로서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자연스럽게 거물을 둘러싼 기록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이 발표됐으니 이제 김태균이 남았다. 스토브리그의 최대 관심 인물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임에 따라 야구팬들의 관심을 섭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대호가 일본 오릭스로 입단키로 하면서 한국을 떠나기로 한 이상 국내에서 김태균과 명성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거물은 이승엽 뿐이었다. 그런 이승엽이 11억원을 먼저 끊었다.
이제 김태균이 오는 12일 11억원 기록을 경신하는 일만 남았다. 그 때는 다시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타이틀이 다시 작성되면서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승엽의 프로야구 30년 만에 세운 기록을 1주일 만에 깬다는 시나리오도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요소다.
게다가 또다른 사상 최초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순수 연봉 10억원이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윗선에서 이미 김태균에 대해 기본 연봉 10억원 이상을 쏘아도 좋다는 메시지를 내렸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태균의 연봉이 '10억원+α'인데 기본 연봉 10억원에서 다소 상향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승엽의 기본 연봉은 8억원이다. 역대 최고였던 심정수의 7억5000만원에서 적당하게 자존심값을 챙겨준 것이다.
순수 연봉 10억원의 시대는 김태균이 열어젖히는 것이다. 당초 이승엽은 "김태균 이대호보다 많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터라 김태균과 연봉 경쟁이 안된다는 사실을 한화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진정한 국내 최고 대우의 선수로 김태균을 공표하는 일만 남았다. 현존 프로야구 최고 대우 11억원의 이승엽에 한화가 느긋하게 대응하는 이유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