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허점 파고들기, 일본야구 강점을 삼성이 이용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11-29 23:52


29일 대만 타이중 국제구장에서 2011 아시아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결승전이 열렸다. 5회초 2사 2,3루 삼성 강봉규의 유격수 실책 때 홈인한 박석민과 정형식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타이중(대만)=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상대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순간을 노려 치밀하게, 그리고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 일본야구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말년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이승엽을 포함, 김태균, 이범호가 일본무대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것도 결국 일본야구의 이와 같은 특성 때문이었다. 이승엽은 떨어지는 변화구, 김태균과 이범호는 몸쪽공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상대팀들은 집중적으로 약점을 파고들었고 결국 세 사람 모두 이를 극복해내지 못했다. 그런데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이 일본대표 소프트뱅크의 미세한 균열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집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와사키는 왜 갑자기 흔들렸을까

소프트뱅크 선발은 우완 이와사키 쇼. 올시즌 6승2패를 거둔 팀내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이번 대회를 앞두고 큰 기대를 모았다.

이와사키는 기대에 부응하듯 경기 초반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1회 2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등 기분좋은 출발을 한 후 4회까지 안타 1개, 4사구 2개 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잘 던지던 이와시키가 5회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프로야구에는 키킹 동작 때 한 타이밍을 멈췄다 던지는 버릇을 가진 투수가 유난히 많다. 이중동작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어느정도 이 멈춤 동작이 인정된다. 물론 주자가 나가면 도루나 보크 위험 때문에 이런 동작을 하지 않는다. 이와사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투구 동작에서 잠깐의 멈춤이 있었다. 일본 투수들은 그렇게 힘을 모은다.

물론 경험이 많은 투수들은 세트포지션에서 퀵모션을 빠르게 가져가면서도 비슷한 구위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와사키는 유망주인만큼 경험이 부족했다. 주자가 나가고 멈춤 동작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린 탓에 급격히 제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직구구속 역시 140km 초반대에서 130km 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삼성 타자들은 이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5회 1사후 이정식이 우전안타로 출루하자 이와사키는 김상수에게 몸에 맞는 볼, 배영섭에게 볼넷을 연달아 허용하며 흔들렸다. 1사 만루. 타석에는 박한이의 부상으로 교체출전한 정형식이 들어섰다. 정형식은 이와사키가 던진 초구 직구를 욕심내지 않고 가볍게 받아쳤다. 중전안타였다. 0-1로 뒤지던 삼성이 2-1로 역전을 시키는 상황이었다.

투수 흔들리자 내야도 실책 연발


이와사키는 이어 등장한 박석민에게 1타점 2루타를 또다시 허용하며 강판됐다. 이어진 1사 2,3루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소프트뱅크는 최형우를 상대로 좌완 양야오쉰을 등판시켰다. 양야오쉰이 최형우를 얕은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이닝이 그렇게 종료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역전을 허용한 소프트뱅크는 제 모습을 잃었다. 강봉규가 친 타구가 유격수 방면으로 강하게 흘러갔다. 잘맞은 타구였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유격수 가와사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 하지만 가와사키는 공을 뒤로 빠뜨리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2점이 더 들어오며 쐐기점이 됐다. 물론 2루 주자였던 박석민이 센스있는 주루플레이로 가와사키의 시야를 가린 공로도 있었다.

이어진 공격에서는 올시즌 골든글러브 수상자 2루수 혼다가 실책성 플레이를 범했다. 채태인이 친 강한 타구가 2루수 쪽으로 향했고 혼다는 이를 잡지 못해 안타를 내줬다. 기록은 안타였지만 평소 혼다의 수비실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아쉬웠던 것은 병살타가 터지며 삼성이 더이상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는 삼성의 철벽 불펜이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5점은 큰 점수였다.


타이중(대만)=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