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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찬호 때문에 냉가슴 앓는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1-28 09:29 | 최종수정 2011-11-28 10:31


제1회 고양시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가 19일 고양시 우리인재원 야구장에서 진행됐다. 박찬호가 어린이들의 워밍업을 지켜보며 설명을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한화가 박찬호 때문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박찬호가 최근 보인 돌출성 발언 때문이다.

박찬호는 지난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박찬호 장학금 전달식'에 참가했다가 일부 언론을 통해 "한화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일본의 한 구단에서 연락이 왔었다"고 말했다.

한화가 박찬호에 대해 팔짱을 끼고 앉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 비공식적이지만 한화는 지난달 16일 박찬호를 만나 교감을 나눴다. 오릭스가 박찬호의 퇴단을 공식 발표(10월 24일)하기 전이라 비공식적인 형식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에 참가중인 한화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히사미네구장을 찾았던 노재덕 단장은 오릭스 선수로 교육리그에 온 박찬호를 만나 복귀 문제를 논의했다.

노 단장은 박찬호에게 "'박찬호 특별법'을 한국 야구계에 공식 건의하겠다. 한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서 "'박찬호 특별법'을 성사시키는 게 쉽지 않겠지만 잘 풀리도록 설득해보겠다"고 한화의 의지를 먼저 밝혔다. 그러자 박찬호는 "그렇게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라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화는 박찬호가 한화 입단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이해했다.


직접 만나서 국내 복귀문제를 잘 풀어보자고 얘기까지 나눈 마당에 "한화에게서 연락이 없었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특히 한화는 박찬호가 오릭스를 공식 퇴단한 이후 9개 구단 단장단 실무위원회를 통해 '박찬호 특별법'을 공식 건의해 '내년 시즌부터 당장 뛸 수 있게 하자'는 대원칙을 끌어낸 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사장단 간담회를 통해 '박찬호 특별법' 통과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 정승진 사장과 노 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찬호 영입 방침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13일 KBO 이사회에서 '박찬호 특별법'이 통과되기를 예의주시해야 했던 한화로서는 그동안 박찬호 복귀를 위해 보여줬던 성의는 박찬호에게 무의미한 것이었는지 헤갈리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한화 내부에서는 대놓고 말을 하지 못하더라도 박찬호에 대해 오히려 서운해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호의 애매한 화법은 지난 19일에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박찬호 유소년 캠프' 때 박찬호는 "한국 팬들 앞에 설 수 있다면 어느 팀이든 좋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발언은 한국에서 뛰고 싶은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한화가 아닌 다른 팀에도 문을 열어 놓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온갖 논란을 무릅쓰고 '박찬호 특별법'을 건의하고, 내년 시즌 곧바로 뛰게 한다는 큰 맥락의 합의를 이끌어 낸 한화로서는 "박찬호가 과연 한화로 복귀하기를 희망하기는 하는 것이냐"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박찬호가 굳이 한화가 아니더라도 어느 팀에서든 뛰는 게 좋다고 한다면 한화가 박찬호 영입을 위해 발벗고 나설 이유가 없어진다. 그동안 한국야구를 국제무대에 알리기 위해 공헌한 박찬호에게 명예로운 마지막 길을 열어주자는 명분으로 박찬호 영입을 추진했던 한화에게는 맥이 빠지는 대목이다.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 발언의 진의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다소 오해를 사게 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서도 "박찬호의 발언에 대해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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