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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느라 정말 힘들었다"는 한대화 감독의 말처럼 한화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가르시아는 2011시즌 초중반에 한화 입단을 통해 국내에 복귀해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72경기에서 타율은 2할4푼6리에 그쳤지만 18홈런, 61타점, 결승타 9개(끝내기 홈런 2개 포함)로 녹슬지 않은 결정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경기 외적으로도 뉴스 메이커 본색을 과시하며 한화 구단은 물론 프로야구계 전체 마케팅에도 적잖은 도움이 됐다.
한화가 이처럼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감수하면서까지 '가르시아 포기'를 꺼내 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른바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이라는 것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멀리 내다본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2012년 시즌의 '모토'를 도약을 위한 마지막이자 시작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마지막'은 최근 몇 년간의 하위권을 끝내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고, '시작'은 2012년부터 강팀으로 새출발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내년에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하고, 우승까지 노려야 하는 한화로서는 사실 가르시아가 필요없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가르시아가 필요없었던 게 아니라 타자보다 투수가 더 급했던 것이다.
한화의 현재 객관적인 전력상 시급한 보강이 필요한 쪽은 투수진, 특히 선발 자원이다. 한 감독이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와 1개월 넘게 회의를 거치며 머리를 맞댄 결과 내린 결론이다.
한화는 2011시즌 김혁민 양 훈 안승민 등의 젊은 선발들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그들의 경험을 볼 때 내년에 더 나아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 올시즌 최하위의 팀방어율(5.09)로 고전했던 한화다.
그나마 핵심 전력인 류현진(선발)-박정진(중간)-바티스타(마무리)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또다른 믿을 맨이 필요했다. 즉시 전력감은 물론 10승 이상을 너끈히 해줄 수 있는 외국인 선발 투수를 보강해야 내년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되는 것이다.
한 감독이 일본 나가사키에서 3주일째 마무리캠프를 지휘하던 중 "우리는 선발 용병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그동안의 투수 상태를 관찰한결과 선발 필요성이 더욱 대두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가르시아의 순수 경기력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한화 관계자는 "가르시아 포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이'가 또다른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가르시아의 노쇠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르시아는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38세가 된다. 올시즌 최고령이었던 KIA 이종범(41)처럼 빠른 발을 앞세운 두뇌 플레이나 노련한 배팅기술을 주무기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한방'이 주무기인 가르시아 스타일에는 무시할 수 없는 나이다.
그렇지 않아도 올시즌 막판에 접어들었을 때 체력저하와 함께 스윙감각이 크게 무뎌져 상대 투수에 어이없이 당한 적이 많아 애를 태웠던 가르시아다. 한화는 가르시아처럼 힘을 앞세운 타자의 경우 내년이 되면 기량 쇠퇴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심타선을 책임져 줄 강타자 김태균이 가세하는 마당에 위험도가 높은 가르시아보다 장타는 아니더라도 확률높은 타격을 해 줄 자원이 필요하게 됐다.
한화는 "가르시아 잡으면 정규시즌 신나겠지만, 가을야구는 하기 힘들 것이란 여론이 구단 안팎의 대세였다"고 덧붙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