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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MVP와 신인왕은 각각 KIA 윤석민과 삼성 배영섭이 차지했다. 두 선수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단 투표에서 각각 최다 득표를 해 수상자로 결정됐다. 2위 득표자와 워낙 차이가 커 결선투표는 진행되지 않았다. 물론 두 선수가 각각 월등한 기량을 과시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지금의 MVP 및 신인왕 결정 시스템에는 근본적으로 3가지 개선할 점이 있다. MVP와 신인왕 선정이 한 시즌을 마감하는 축제의 행사라고 본다면, 객관성, 효율성 등이 더욱 확보돼야 한다. 투표 시점, 투표 방식, 후보자 선정 등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집단적 투표가 옳은가
MVP와 신인왕은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기자단이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말이 기자단 투표지 집단의 투표라고 보는 게 옳다. 한국야구기자회에는 신문, 방송, 통신사에 걸쳐 22개의 언론사가 가입해 있다. 한국야구기자회 회칙 '제3조 1항 a'는 투표 방식에 대해 '투표권은 본회 기자수에 의거 종합일간지 및 방송, 통신사 3표, 스포츠전문지 5표를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항 b는 '투표권은 매체별로 최대 3~5표를 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즉 MVP, 신인왕 투표가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각 언론사의 집단적 의사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개별 기자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줄어든다. 프로야구 출입 개별 기자들의 생각이 아닌 언론사 집단의 의사에 의해 MVP와 신인왕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MVP와 신인왕의 가치 판단 역시 골든글러브와 마찬가지로 개별 기자의 몫이 돼야 한다. 개인 의사가 집단 의사에 묻힌다면 객관성과 권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투표권 자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의할 부분이 있지만, 선수들과 직접 부딪히고 취재하는 개별 기자의 의사는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MVP와 신인왕 투표만큼은 '직접 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옳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연고 도시별로 BBWAA가 선정한 2명의 기자가 MVP와 신인왕 투표에 참가한다. 투표 기자수는 내셔널리그 32명, 아메리칸리그 28명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MVP와 신인왕을 뽑기에 앞서 KBO와 한국야구기자회는 논의를 통해 부문별로 2~6명의 후보를 정한다. 그렇지만 뚜렷한 후보 선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규정타석, 규정투구이닝을 넘겨야 한다'든가, '타율 3할, 10승, 20세이브 이상을 올려야 한다' 등 구체적인 기록 기준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다. 해마다 전체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록에 따라 기준이 정해지는 때도 있지만, 통일성은 없다. 이 얼마나 권위가 떨어지는 방식인가. MVP란 글자 그대로 '가장 가치로운 활약을 펼친 선수'다. 가치의 기준은 '팀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가', '팬들을 얼마나 즐겁게 해줬는가' 등이다.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은 개별 기자의 몫이 돼야 한다. 투표권을 지닌 개별 기자들의 '양심적' 판단에 따라 뽑으면 그 뿐이다. '딱' 찍어서 후보를 정해놓을 필요는 없다. 결과를 펼쳤을 때 표를 받은 선수가 1명이든 20명이든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수가 수상자가 되면 된다. 물론 개별 기자들의 감정적,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수는 있지만, 그 조차도 투표권자의 권리로서 존중해줘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투표권자들의 의견이 상식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다는 점에서 '객관성 손실'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 표라도 지지를 받는 선수가 많아진다면 MVP와 신인왕 선정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흥미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