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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의 윤', '강렬함의 오', '스토리의 최'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1-06 15:47


2011 MVP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윤석민(KIA) 오승환 최형우(이상 삼성). 스포츠조선DB

이제 결전의 날이다. '타이틀의 윤석민', '강렬함의 오승환', '스토리의 최형우'가 정규시즌 MVP를 놓고 무대에 오른다.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 투표, 그리고 부문별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이 7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하모니볼룸에서 열린다. 신인왕은 삼성 배영섭이 유력한 상황이다. 문제는 MVP다. 최근 삼성 오승환이 "후배 최형우에게 MVP를 밀어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후보 사퇴'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오승환 역시 7일 기자단 투표에서 후보로 남아있게 된다.

MVP 후보는 4명이다. KIA 윤석민, 삼성 오승환 최형우, 롯데 이대호. 현실적으로 이대호의 수상 가능성은 많이 떨어진다. 타격, 출루율, 최다안타 타이틀을 따냈지만 홈런, 타점, 장타율 3관왕에 오른 최형우에게 타이틀의 내용 면에서 밀린다.

타이틀의 윤석민

윤석민의 최대 강점은 주요 부문 4관왕이라는 점이다. 다승, 방어율, 승률, 탈삼진 등 투수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분야다. 투수 4관왕은 91년 선동열(당시 해태) 이후 20년만에 나온 기록이다. 타이틀의 가치와 화려함만 놓고 본다면 윤석민이 역시 첫손가락에 꼽힌다. 감독급 이상 야구인들은 "아무래도 타이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윤석민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는가"라고 말한다.

다만 팀이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지는 바람에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할 기회가 적었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프로야구 대회요강에 따르면 '선수권대회 MVP'란 곧 포스트시즌 성적까지 포함한 평가를 의미한다. 정규시즌 직후가 아닌 한국시리즈 종료후에 투표가 실시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강렬함의 오승환

강렬한 인상으로는 오승환이 최고다. 47세이브로 지난 2006년에 이어 한시즌 최다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다. 방어율은 0.63. 패가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게 놀랍다. 한국시리즈에서도 3세이브로 MVP를 거머쥐었다.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지난 2006년 오승환은 47세이브를 거두고도 MVP 경쟁에선 한화 류현진, 롯데 이대호에게 많이 가려졌다. 당시만 해도 마무리투수의 MVP 등극은 어렵게 느껴졌다. 이번엔 약간 달라졌다. 마무리로서 워낙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의 정규시즌, 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형우를 밀어주고 싶다"는 발언이 기자단 투표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올 지가 변수다.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해프닝일 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논란이 됐다.

스토리의 최형우

최형우는 사상 최초의 방출 경력을 가진 홈런왕이다. 본래 '야구를 잘 못하는' 선수였다. 2002년 삼성의 2차 6라운드 지명선수로 출발했다. 포수였다. 입단후 4년간 1군에서 6경기만 뛴 뒤 2005년 10월 방출됐다. 가까스로 경찰청에 입단한 뒤 거기서 홈런을 펑펑 쏘아올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2008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다시 계약할 수 있었다.

올해 최형우가 활약하자, 예전에 삼성이 전체 선수단 규모를 맞추기 위해 최형우에게 재입단을 약속하며 방출한 것이라는 루머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잘못된 얘기다. 최형우는 '진짜로 잘렸던' 선수다. 천재가 아니었던, 평범한 선수의 노력끝 성공기다.

대신 30홈런이란 수치가 다소 약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타점(118개)과 장타율(0.617)은 훌륭하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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