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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 탄 류중일 감독, 비오기 직전 우산을 폈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26 21:50


열추적 미사일처럼 중견수 이영욱의 송구가 포수 진갑용의 미트로 빨려들어가기 직전의 모습이다. 바로 이 한장면 때문에 삼성은 2차전 승리를 지켰다. 류중일 감독의 선수 기용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마치 작두 탄 것 같은 장면. 삼성 류중일 감독이 비 쏟아지기 직전에 우산을 폈다.

류중일 감독이 '신의 한수'로 한국시리즈 두번째 승리를 거머쥐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갔다 온 듯한 엄청난 선수 교체였다. 물론 감독이 가정했던 최악의 상황에서 기대를 채워준 외야수 이영욱의 역할도 훌륭했다.

크루즈 미사일 같았던 이영욱의 송구

2-0으로 앞서가던 삼성은 8회초 수비때 위기를 맞았다. 삼성 네번째 투수 정현욱이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2-1로 쫓기는 치명적인 상황. 게다가 노아웃에 여전히 주자는 1,2루였다.

바로 이때 오승환이 등판했다. 상대 번트 시도를 무산시키는 등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았다. 하지만 SK 최동수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잘 맞은 안타는 중견수 이영욱의 정면으로 굴러갔다. 2루 주자 최 정이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했다. 이영욱은 공을 잡은 뒤 곧바로 홈을 향해 뿌렸다.

한국시리즈만 놓고 보면 10년에 한번쯤 나올만한 송구가 나왔다. 이영욱의 송구는 낮은 탄도를 형성하며 빠르고 정확하게 포수 진갑용에게 향했다. 코스도 좋았다. 진갑용은 홈플레이트 바로 왼쪽, 즉 3루쪽으로 약간 옮겨앉아 편안하게 포구했다. 최 정이 슬라이딩을 했지만 자연태그 형태로 아웃됐다.

삼성이 승리를 지킨 장면이다. 만약 이영욱의 송구가 조금만 늦거나 방향이 1루쪽으로 휘어졌다면 동점을 허용하고, 분위기는 급격하게 SK쪽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폭우 직전에 우산 편 류중일 감독


그에 앞서 8회초 수비에 들어가면서 류중일 감독은 외야 포메이션을 바꿨다. 좌익수 최형우를 빼고 이영욱을 넣었다. 그리고 중견수를 보던 배영섭을 좌익수로 밀고, 중견수 자리에 이영욱을 넣었다. 수비 보강이다. 최형우는 뛰어난 타자다. 하지만 수비 범위는 넓지 않다.

SK는 분명 강팀이다. 최근 몇년간의 포스트시즌 성적이 증명한다. 이미 8회가 됐고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류 감독은 마지막 비바람이 한번은 몰아칠 것을 예감했던 셈이다. 그러니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외야진을 흔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삼성의 2차전 승리를 부른 '신의 한수'가 됐다. 아니, 오히려 그냥 2대0으로 끝난 것보다 더 짜릿한 승리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감독의 판단이 이처럼 절묘하게 들어맞는 경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왜 이영욱이었을까

그렇다면 류중일 감독은 왜 8회초 수비를 시작하면서 이영욱을 투입했을까.

이영욱은 수비 능력에 있어서는 삼성 내에서도 손꼽히는 자원이다. 우선 양 사이드 수비폭이 넓다. 중견수는 야구장에 있는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넓은 영역을 커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영욱은 그게 된다.

또하나, 송구 능력이 뛰어나다. 삼성 허삼영 전력분석 과장은 이날 "이영욱은 송구할 때 팔을 거의 수직으로 높게 들어서 던진다. 그래서 송구도 좌우로 휘지 않고 똑바로 온다"고 말했다. 외야수는 기본적으로 오버스로를 해야 한다. 팔이 처진 채 던지면 공에 걸린 스핀 때문에 날아가면서 휠 수 있다. 바운드될 때 엉뚱한 방향으로 튈 확률도 높다. 이게 기본인데 많은 외야수들이 자기만의 버릇 때문에 쉽게 고치지 못한다.

이영욱은 송구 탄도가 적절하다. 너무 높게 던지면 체공시간이 길어져 버린다. 이날 이영욱의 송구는 바다 위를 떠가는 크루즈 미사일 같았다. 탄착지점에 대한 방향성도 좋았다. 허삼영 과장은 "포수가 가장 좋은 위치에서 받을 수 있도록 던지는 것도 좋은 능력"이라고 말했다.

큰 비가 내리기 직전에 우산을 펴든 류중일 감독. 그리고 이영욱이 그 든든한 우산의 역할을 했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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