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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이 내용을 취재진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동안 희생번트를 지양하고 선수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이 감독이었다. 주자가 나가도 힛 앤 런 정도만이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삼성은 KIA나 롯데와는 다르다. 투수진이 워낙 좋기 때문에 초반부터 점수를 내서 달아나야 한다. 희생번트 등 적극적인 작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괜히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것이 아니라면서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감독은 1회부터 번트를 댔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벤치 사인에 의한 전형적인 희생번트였다. 선두타자 정근우가 좌전 안타로 출루하자 박재상은 초구부터 번트를 댔다. 1사 2루. 하지만 후속타자 최 정과 박정권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선취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SK는 이후 8회 2사 후 나온 박재상의 안타가 유일한 출루였다. 무기력했다. 물론 이호준은 번트를 잘 댈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이 감독 역시 경기 전 4번 타자 박정권 등 강공을 선택해 성공확률이 높은 경우에는 번트를 지시하지 않겠다 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서 11타수 2안타로 부진한 이호준의 타격감도 고려했어야 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삼성 투수진은 강했다. 초반에 점수를 내야만 희망이 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