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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접어든 한국야구 해외파 시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1-10-25 12:42


오릭스가 24일 내년 시즌 박찬호와의 재계약을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94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그동안 해외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여 온 박찬호는 이로써 은퇴 기로에 서게 됐다.

박찬호의 선수 연장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선수 생활 유지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일본내 다른 팀으로의 이적 또는 국내 리그로 무대를 옮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란 현실의 벽이 만만치가 않다. 미국내 독립리그나 마이너리그 기회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이승엽이 국내 복귀를 선언한데다 박찬호가 부상 등의 이유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방출 조치를 받음으로써 한국야구의 해외파 시대는 '석양'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1군'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야쿠르트 임창용, 클리블랜드 추신수 둘 뿐이다. 임창용은 야쿠르트의 붙박이 마무리로 일본 야구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추신수는 정상급 메이저리거로 우뚝서며 미국내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시작해 미국과 일본을 호령했던 한국 선수들의 기세는 올해를 기점으로 하향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메이저리그의 꿈을 안고 쓰디쓴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고 있는 선수는 20명 정도 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올라 박찬호나 추신수처럼 거물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환경적인 장애물도 뛰어넘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 '코리안 열풍'이 다시 불려면 또다시 많은 시간이 필요할 할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선동열 이종범 이승엽 임창용 등 국내 프로야구 출신 스타들이 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궜으나, 향후 몇 년 동안 그 명맥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릭스가 탐내고 있는 롯데 이대호가 일본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해외파 선수들을 향한 국내의 정서도 많이 바뀌었다. 그들의 활약을 보고 감동에 젖어 즐거워하던 시대가 지나간 지 이미 오래다. 팬들은 요즘 국내 리그를 보며 야구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프로야구 관중이 500만명을 넘어선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야구의 해외파 역사가 박찬호 이승엽의 퇴단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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