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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 상대로 칼가는 이만수와 박진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10-24 11:28



삼성의 한국시리즈 파트너는 SK가 됐다. 지난해에 이은 리턴 매치. 삼성은 정규시즌 1위의 기세를 몰아 지난해 4연패의 수모를 갚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SK 역시 칼을 갈고 있다. 지난해와 입장이 바뀐 두 명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SK 이만수 감독대행과 유격수 박진만이 그 주인공이다.

이 감독은 프로 원년인 82년부터 은퇴한 97년까지 16년 간 삼성 유니폼만을 입고 뛰어온 원조 삼성맨이다. 하지만 은퇴 과정에서 구단과 마찰이 있었고, 삼성으로의 지도자 복귀도 불발된 바 있다. 결국 그는 2007년 친정팀 삼성이 아닌 SK 수석코치로 돌아왔다. 삼성팬들은 이 감독을 놓친 구단 측에 큰 아쉬움을 보여왔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10년 만에 돌아와서 대구에 경기하러 갈 땐 정말 싱숭생숭했다"면서도 "하지만 이젠 5년이나 지났다. 별 느낌이 없다. 대구에 있는 많은 삼성팬들 중 절반은 나를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한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 감독의 삼성을 꺾겠다는 강한 의지가 나타났다. 삼성은 올시즌을 앞두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류중일 감독을 선임하면서 지역색을 강화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이에 맞춰 대구 출신, 삼성 출신으로 구성됐다. 팀 전체적으로 순혈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감독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만도 하다. 결국 인터뷰에서 도발 아닌 도발을 하게 된 것이다.

유격수 박진만 역시 이번 시리즈에 남다른 감회가 있다. 박진만은 지난 2005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현대를 떠나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박진만은 당시 우승 청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가대표 유격수다운 명품 수비로 삼성의 내야를 안정시키며 삼성의 2005, 2006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주전 유격수로 2009시즌을 앞두고는 삼성과 두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3년 계약으로 계약금 6억원에 연봉 6억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2009년 76경기 출전에 그친 뒤 2010년에는 고작 46경기에 나섰다. 잔부상이 많았다. 게다가 거센 세대교체 바람을 이겨내지 못했다. 삼성은 2009년 1차로 지명한 김상수를 키우길 원했다. 결국 2010년에는 주전 유격수 자리를 김상수에게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 충분히 주전으로 나설 수 있었지만,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박진만은 보장된 연봉 6억원을 뿌리치고 팀에 방출을 요청했다. 삼성 역시 조건없이 그를 풀어줬다. 여러 팀의 러브콜 끝에 선택한 고향팀 SK. 박진만은 올시즌 100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에 6홈런 39타점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서 1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플레이오프 2,3,4차전에서 1안타씩을 기록하며 방망이 예열을 시작했다. 수비력은 여전하다. 친정팀 삼성과 후배 김상수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무대는 열렸다. 이 감독과 박진만이 삼성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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