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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10월21일. 삼성팬들은 그날의 마운드를 잊지 못할 것이다. 신인 박충식의 15이닝, 181구의 역투. '거함' 해태를 상대로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해태쪽에서는 선발 문희수에 이어 '국보투수' 선동열, 송유석이 차례로 올랐다. 아쉽게 이날 2대2, 승부를 가리지는 못했다.
마침 친정팀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상황, 이 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삼성이 우승할수 있을까. 한국시리즈 예상을 해본다면?"
"SK가 올라오면 박빙의 승부가 될 것 같은데. 조직력이 너무 좋고, 선수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를 알더라구요." 일단은 SK와의 힘든 승부를 예상했다. "물론 롯데가 약한 건 아니지만 큰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알아서 해주고, 조직력이 중요한 데 그런 점에서 SK가 좀 더 낫지 않나 싶네요." 다만 "만약 SK가 올라간다면 체력적인 한계를 어떻게 넘어가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빼놓은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그날의 일이었다. "그 때는 던지면 던질 수록 힘이 났어요. 아마 300개라도 던졌을 걸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듯 했다. "제가 원래 광주출신(광주상고 졸업)이라 해태 선수들을 잘 알고 있었어요. 다 선후배들이었으니까. 또 그 때 지명받지 못한 것도 있어서인지 절대 지고 싶지 않았어요." 93신인지명 때 해태는 이종범을 선택했었다. "솔직히 타자들이 어떻게 쳤는지는 하나도 생각안나고, 오직 내가 어떻게 던질까만 생각했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가 어제 무슨 일을 한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역시 야구 이야기, 특히 그 때의 일이 즐거운 듯 밝게 웃었다.
박충식은 한국시리즈 때 대구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물론 친정팀인 삼성을 응원할 것이다. 물론 경기를 보면서 '그날'의 기억도 떠올릴 것이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