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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호투 송은범 "어차피 수술할 팔이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10-19 21:42


1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2011프로야구 PO 3차전 SK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등판한 SK 송은범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어차피 수술할 팔인데요. 뭐"

지난 9일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송은범이 한 말이다.

결연한 각오를 농담처럼 툭 던졌다. 그의 오른쪽 팔꿈치는 뼛조각이 웃자라 있다. 한마디로 팔꿈치가 정상이 아니다.

1구, 1구를 던질 때마다 아프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수술이 예약돼 있을 정도로 상태는 좋지 않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포스트 시즌 선발진의 한 자리를 송은범에게 맡기면서 "한계투구수는 50개 정도다. 그 이상은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송은범은 언제나 유쾌하다. 부상상태에 대해 그는 항상 싱글싱글 웃으면서 "아프죠. 근데 어떡해요. 너무 큰 게임인데 던져야죠"라고 한다. '부상이 악화되면 어떡하냐'는 걱정스러운 질문에는 이판사판이에요. 어차피 수술할 팔인데요. 여기서 얼마나 더 나빠지겠어요"라고 능청스럽게 얘기했다.

사실 그는 SK 투수 중 '궂은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다. 지난 시즌 그는 선발로 시작했다가 시즌 막바지에는 마무리 투수로 전업했다. 조금씩 처져있던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김성근 전 감독의 전략의 일부였다. 결국 송은범은 철벽 마무리로 변신했다. 지난 시즌 26경기에 마무리로 나서 2승4홀드, 8세이브. 방어율은 0이었다.

결국 SK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4전전승으로 우승했다. 핵심은 송은범이었다. 김 전 감독은 "시즌 중반 송은범을 선발에서 마무리로 돌렸던 것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실질적인 1선발이다. 김광현이 부진한 상황에서 송은범은 너무나 믿음직스럽다. 그에게 한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3개를 던졌고, 팔꿈치가 좋지 않아 선발등판을 이틀 미뤘던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무려 98개를 던졌다. 팔꿈치 통증이 나타난 이후 가장 많은 개수의 볼을 던졌다. 그러나 7회 박희수에게 마운드를 물려준 그는 6회까지 140㎞ 후반대의 직구를 찍을 만큼 투혼을 발휘했다.

한마디로 SK의 마당쇠였다. 3대0의 승리를 거둔 뒤 이만수 감독은 "오늘 승리의 가장 큰 원인은 송은범이 너무 잘 던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장에 들어선 송은범은 진지했다. 그는 "너무 중요한 경기라 아파서 못 던진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핑계라고 생각한다"며 "중간계투에게 적은 부담을 주는 게 목표였다. 6회까지 구위가 유지된 건 큰 경기라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의 힘을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통증은 왔다갔다 한다"고 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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