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4일 전만 해도 감독 안 바꾼다던 KIA, 갑자기 왜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18 16:46


KIA가 SK에 0대8로 대패해 PO 진출에 실패했다 KIA는 12일 광주에서 벌어진 SK와의 준PO4차전에서 믿었던 선발 윤석민이 무너진 데다 타선도 터지지 않아 0패의 수모를 겪었다.. KIA 조범현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2011,10,12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거둔 명문구단은 불과 나흘 만에 최고 의사결정을 180도 뒤바꿨다.

불과 나흘 전이었다. 지난 14일 오전,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KIA 김조호 단장을 비롯한 다수의 구단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일부 여론이 다소 안좋다고 해서 임기가 남은 감독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12년 만에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올해도 4강에 진출시킨 감독 아닌가". 하지만 그로부터 단 4일이 지난 18일, KIA는 조범현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프랜차이즈 출신 레전드 스타인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을 새 감독으로 발표했다.

감독 선임은 구단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의사결정 사항이다. 더구나 올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렸고, 임기도 1년 남은 감독을 중도하차시키는 것은 매우 혁신적인 변화다. 수많은 변수를 거듭 고민해야 하는 큰 일임에도 불과 나흘 만에 입장이 돌변한 것이다. KIA는 왜 그래야만 했을까.


팬여론의 지속적 악화

무엇보다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원인은 KIA 팬 여론의 계속된 악화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조범현 감독이 취임한 2008년부터 지역 여론은 조 감독에게 호의적이지 못했다. 우선 대구 지역 출신이 호남 연고 팀의 감독을 맡았다는 것과, 조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이 이전 KIA(해태)가 보여줬던 '롱볼'과는 정반대의 '스몰볼'이란 이유로 팬들의 마음을 열지 못했다. 하필 부임 첫해 KIA는 최하위를 했다. 부임 이전, 이미 와해됐던 팀 전력과 조직력을 조 감독이 1년 만에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팬들은 결과만 기억했다.

조 감독이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팀을 12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며 'V10'을 달성했을 때는 다소 반감이 누그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프랜차이즈 출신 김종모 당시 수석코치를 경질하고, 2010년 장성호를 한화로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팬심은 또 악화됐다.

KIA 팬들이 결정적으로 조 감독에게 등을 돌리게 된 건 2010년 중후반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유증에 시달린 KIA는 이때 사상 초유의 16연패를 당했다. 그때 일어난 비난 분위기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KIA가 전반기를 1위로 마친 것이 역설적으로 조 감독에게는 더 악재였다.

KIA는 후반기가 되자 최악의 주전 선수 연쇄부상을 겪으면서 결국 4위까지 추락했다. 연쇄부상 여파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먼저 1승을 거뒀지만, 무기력하게 3연패를 당했다. 그러자 일부 KIA 팬들은 인터넷상에서 감독 퇴진운동까지 주도하며 조 감독 경질 여론을 형성해나갔다.


그룹 최고위층의 결단

이러한 팬 여론에도 불구하고, 애초 구단 내부 분위기는 조범현 감독의 잔여임기를 보장하는 쪽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팬들의 시각과 구단의 평가 기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구단 실무진이 내리는 객관적인 평가기준에서 조 감독은 좋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과거의 영광만 내세우던 팀 컬러를 다시금 끈끈하게 바꿔놓으며 부임 2년차에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윤석민을 한국 최고의 에이스로 조련하는 등 공적이 많다고 봤기 때문.

더불어 안치홍 김선빈 나지완 차일목 양현종 곽정철 손영민 등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을 팀의 주축으로 키워냈다.

그래서 구단 내부 관계자들은 조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 걸 알면서도 잔여 임기보장의 뜻을 피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나흘만에 번복한 것은 역시 모그룹 최고위층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일부 지역언론에서 준플레이오프 패배 이후 조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을 기사화하면서 구단에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모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의 움직임까지 파악되자 크게 부담을 느낀 것이다.

2~3일 전부터 그룹 고위층에서는 감독 경질의 카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선동열 전 삼성감독과의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동열 감독 역시 KIA의 제안에 긍정의사를 밝히자 조 감독 경질 카드는 곧바로 현실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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