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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의 2구째 커브. 느린 공이 몸쪽으로 들어왔다. 문규현은 몸쪽 바짝 붙은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대신 몸의 방향을 틀었다. 공은 왼 팔뚝에 맞았다. 사구였다. 보호장구를 벗은 뒤 당당히 1루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날 주심이었던 최규순 심판은 문규현을 불러세웠다. 의도적인 사구였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판정은 볼이다.
경기가 끝난 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솔직히 맞아서라도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나도 모르게 왼팔이 앞쪽으로 향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전 타석에서 2루 땅볼과 좌익수 플라이로 안타가 없던 상황. 1차전서도 볼넷 하나를 골라내는데 그친 그다. 선발 라인업 중에서 유일하게 안타를 날리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팀에 기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컸다.
문규현은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다시 타석에 섰다. 결국 이영욱의 5구를 받아쳐 좌익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날렸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상황. 하지만 의욕이 지나쳐서일까. 이어진 2서 1,2루에서 전준우의 유격수 앞 내야안타 때 3루를 밟고 홈으로 향하다 태그 아웃됐다. 만루 찬스를 날리는 오버런이었다.
문규현은 "코치님의 사인을 못봤다. 타구가 깊어 당연히 빠지는 줄 알았다"며 "박빙의 상황이라 너무 속상했다. 나 때문에 팀이 질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다행히 팀은 4대1로 승리했다. 처음 밟은 포스트시즌 무대, 아직까지는 의욕이 앞서는 모습이다. 문규현은 "감독님 말대로 차분해져야겠다"며 3차전 필승을 다짐했다.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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