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수 스타일'은 분명히 독특합니다.
이승엽(35)과 이 감독(53)의 나이차는 열여덟살입니다. 이 감독이 격의없이 대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젠가는 나와 승엽이가 한 팀에서 뛸 지도 모르는 일이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참가한다고 해서 겁먹지 마라. 고민 말고 마음껏 돌려라." 그날 이승엽은 "감히 제가 쳐다보지도 못했던 분인데 편하게 덕담을 해주셔서 너무 좋다"고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2004년 6월16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말린스 홈구장에서 이만수 감독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말린스 소속 최희섭(현 KIA)을 전담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화이트삭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였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의 '내 생각'이란 게 바로 지금 그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날 3차전을 앞두고 이 감독에게 "혹시 7년전 인터뷰를 기억하십니까. 그 시절 화이트삭스 팀내에서도 지금처럼 활기차고 격의없는 모습을 보여줬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인터뷰 했던 거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지금의 내 (순간순간 감정에 충실한) 행동은 사실 미국에서 했던 것에 비하면 10분의 1밖에 안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지금도 '경기중 오버액션의 대가'란 말을 듣고 있는데 그 열배라니, 화이트삭스 시절에는 혹시 춤이라도 춘 것일까요.
그리고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 시절에 배운 게 있습니다. 권위적으로 제압하면서 선수들을 이끄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과 격의없는 소통 관계를 만드는 게 제게는 중요합니다."
이 감독은 때론 '감독치곤 너무 가볍게 보인다'는 시선도 받고 있습니다. 본인도 자신이 TV 중계화면을 통해 가끔 희화화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을 겁니다. 하지만 주위 시선에 상관없이 스타일을 끝까지 유지할 것 같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감독 한명쯤 프로야구판에 있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모든 감독이 심각할 필요는 없는 법이니까요. 어쨌거나 이만수 감독 덕분에 요즘 야구기자들은 웃을 일이 많아졌습니다.
광주=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