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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SK 안치용의 블랙유머는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안치용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훈련을 그대로 소화하면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외야수비를 하다가 펜스밖으로 홈런타구가 날아가면, 코치님에게 주우러 간다고 말한 뒤 20~30분 쉬다오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일화 하나. 배팅게이지에서 연습타격을 하던 안치용은 베팅볼을 보면서 멀뚱멀뚱 서 있었다. 단지 타격하는 자세를 취하다가, 그대로 볼을 보냈다. "체력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는 변명. 김 전 감독이 나타나면 기합을 있는 힘껏 넣으면서 타격을 하곤했다.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광주야구장에서도 그랬다. 경기 전 이만수 감독대행이 "오늘도 하나 부탁한다"고 하자,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라운드로 나간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1, 2차전 대타로 나섰던 그는 3차전에서 스타팅멤버로 출전하게 되자, "왜 그러셨을까. 난 교회에도 나가지 않는데"라는 발언을 했다. 이 감독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
자칫 오해할 수 있는 발언들. 그러나 그에게는 유머일 뿐이었다. '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유머를 구사하나. 그러다가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하자 그는 "무표정하게 말하는 게 더 웃기잖아요. 웃으면서 말하면 유머가 반감된다니까요"라고 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너무나 엉뚱한 안치용. 그러나 실전에서는 '리얼'이었다. 이날 양팀이 낸 점수는 단 2점. 그 타점의 주인공이었다.
6회 1사 만루에서 승부를 가르는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쳤다. 4타수 2안타, 2타점.
안치용은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상대투수 유동훈이 초구와 2구 모두 직구를 던졌다. 슬라이더로 볼을 던지길래 '몸쪽으로 하나가 오겠다'고 대비했는데, 생각한데로 볼이 와서 안타를 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가 정규리그보다 집중력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집중을 하면서도 마음은 시범경기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타석에서 임하고 있다. 그래서 결과가 좋은 것 같다"며 "1, 2차전 대타, 3차전 스타팅멤버로 출전했는데 대타가 더 힘들다. 대타든 스타팅이든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큰 무대에서 SK가 너무나 필요로 하는 해결사의 모습. 이번 준플레이오프서 안치용이 100%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