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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이 어찌나 원망스러웠는데요."
그런 심동섭에게 포스트시즌 무대는 심장이 터질만큼 감격적인 기회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첫 등판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가버렸다. 팀 불펜포수의 지나치게 자세한 배려심 탓이다. 때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SK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지난 9일. KIA는 7회말 SK 안치용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2-2로 맞선 채 연장에 돌입했다. 당시 마운드에는 7회 2사부터 던진 한기주가 여전히 버티는 상황. 투수 교체가 필요했고, 불펜에는 8회쯤부터 심동섭과 유동훈 등이 몸을 풀고 있었다.
몸이 풀려갈 수록 심동섭의 가슴은 부풀었다. 꿈에도 그리던 포스트시즌 등판이 눈앞에 다가온 듯 했기 때문이다. '나가면 진짜 위축되지 말고 잘 던지자!' 속으로 다짐하고 또 했다. 하지만, 이 꿈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 심동섭의 공을 받아주던 불펜포수가 대뜸 "안 되겠다"고 하더니 코칭스태프에게 "동섭이가 좀 긴장한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한 것. 결국 심동섭의 등판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 말을 하고 난 지 몇 시간 후. 심동섭은 드디어 포스트시즌 등판 기회를 잡았다. 0-0이던 6회초 1사 1, 2루 때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 하지만, 경기 전 씩씩했던 심동섭은 첫 무대가 긴장된 듯 했다. 결국 SK 4번 박정권에게 볼넷을 내준 채 터벅터벅 마운드를 내려오고 말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